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공지영(2020). 먼바다

Jeeum 2020. 7. 24. 17:11

공지영(2020). 먼바다. 해냄.

 

엄청난 비가 내렸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다. 인간이 아무리 머리를 써서 방어벽을 만들어도 그것을 넘어서는 자연 앞에서는 열기에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 고작 두 시간 비가 내렸다는데, 거대한 물 웅덩이가 만들어 졌고, 자동차들은 속수무책 잠겨버렸다. 모래밭 속의 개미떼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일부러 젊은 작가를 피하고 있다. 대학 도서관 신착코너에는 여전히 젊은 작가들의 책들이 가득했다. 그것을 피해 손에 든 것이 이 책이다. 공지영. 그녀는 나와 같은 세대의 작가이므로 적어도 힘들지는 않을 것이므로~

 

대학교수 미호(로사)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마치 드라마 화양연가를 보았을 때 처럼 그를 소환시키는 소설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은 버리고 싶어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욕심인지도 모른다. 남겨진 모든 문학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40년만에 미호는 뉴욕에서 첫사랑 그를 만난다. 만남 전과 만남 그 후.

 

미호의 가슴 속에 잊혀질 수 없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은 것, 사실이었으나 그녀가 망각했던 기억들이 다시 살아나 하나씩 맞추어지면서 결국 책 속에 숨겨진 그림처럼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암시를 준다. 

 

"결국 추억이라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상대를 대했던 자기 자신의 옛 자세를 반추하는 것일까"라고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절실한 사랑이 깨어졌을 때 어긋난 사랑은 당사자들의 탓이 아니기도 한다. 또다른 사랑의 색깔은 정작 당사자의 생을 의도치않게 바꾸어 놓는다. 그러나 자신들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일의 결과가 행복이지 않을 때 불행에 떠는 누군가는 사랑으로 자신의 삶의 바꾸어놓은 사람들을 감히 원망하지 못하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내가 30년만에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어긋한 기억을 맞추면서 들었던 그 때처럼. 미호와 그의 생을 갈랐던 40년. 40년이면 잊을만도 한데 마음이 잊는다고 해도 몸은 기억할 수 있는 시간. 딱 시간에 50대가 된 두사람이 다시 시작점에 서있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그 시간의 기억 속에서 당신을 지우는 일은 오지 않을 것이다.

 

 

역시 공지영은 나를 힘들지 않게 해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분다. 사람들이 아프지 않기를.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이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