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場,所, 空間
카페 GONEUL
Jeeum
2020. 12. 14. 08:55
올레 18코스
별도봉을 내려와 걷다보면
4.3의 아픔을 가진 마을이 나타난다.
터만 남아있다는 안내판에 가슴이 저린다.
여행자가 마음을 놓으면
발걸음이 흐트러진다.
아픔을 간직하고 걷다보면 나온다.
왓수과. 쉬멍 트멍트멍 하영봅서.
돌에 적힌 말들을 이해하기도 전에
엄청난 돌과 나무가 눈을 사로잡는다.
TV 에도 나왔다는 안내판과 함께
노인장은 계속 작업을 한다.
같이 붙은 3층 건물의 2층에 <카페 곤을>이 있다.
약 6~7킬로를 걷다가 만나는 곳.
아름답고 슬픈 사연의 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딱 좋은 카페이다.
당일 일정으로 올레길을 찾은 내가
선택한 것은
부드러운 카페라테.
코로나19 때문인지 올레을 걷는 사람도 줄고
카페도 조용하다.
중간 지점까지 가려면 아직 4~5킬로는 걸어야 한다.
아무리 걷는 것이 좋다고 계속 걷기만 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때론 멈추어야 하고
때론 그저 봐야한다.
지나온 길도 보이고
가야할 길도 보이고
함께 할 동무 바다도 보인다.
주인장을 닮은 그림과 식물들이 가득한 곳
카페 <곤을>이다.
기억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
장소 때문인지, 사람 때문인지 그날의 내 기분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한번쯤 다시 가고 싶은 곳
누군가 제주에서 가 볼 카페를 대라 한다면
<카페 곤을>로 가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