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場,所, 空間

책의 집 밀양 <청학서점>

Jeeum 2020. 12. 20. 19:08

 

PAPER 2020 가을호의 주제는 <책의 집>이었다.

 

 

정재승의 서재는 사진으로만 보아도 어마어마했고,

이충걸 작가의 서재는 인터뷰어가 <책을 위한 요새>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25평 소박한 집에 사는 나는

이런 규모의 장서 소장이 가능한 거창한 서재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다만 책이 좋기 때문에

언제나 맘 편히 들릴 수 있는 동네서점이나 도서관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전국의 동네 <책의 집> 18개소에는 호기심이 갔다.

 

이렇게 많은 책방 중에

김해에도 대구에도 한 곳이  없다는 사실만이 아쉬웠다.

 


제주의 책의 집 <소리소문>을 찾았더니

주인장이 몸이 안좋은지

수술을 받으러 갔으며 1월에 돌아온다는 메모가 남겨져 있어

아쉬웠지만 뒷날을 기약하며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제주 <소리소문>

제주도 한림읍 중산간서로 4062

 


책과 문화예술을 함께 만날 수 있는 밀양의 랜드마크

밀양 <청학서점>

 

1961년 서점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위대하다.

 

 

얼마 전, 금요일 퇴근길에 밀양에 들렀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처음 들른 곳이

처음 서점이 시작된 곳이었다.

이곳은 <청학마실>이라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방문했던 시각

마침 전시회가 끝나는 날이어서

텅 빈 공간이 마지막 정리로 분주했다.

 

 

안내처의 분에게

잡지에 소개된 서점의 위치를 물어보니 

책에 적힌 정보와 완벽하게 일치된 정보를 알려주었다

 

청학서점 삼문점과 밀고점

 곧 어둠이 내릴 것 같아 가까운 <삼문점>을 향했다.

 

서점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차한 다음

멀리서 파란 건물을 보며 걸었다.

기대보다 현대적인 건물에 세련된  서점이었다.

기분 좋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1층은  책들이 큐레이터 되어 있고, 카페 주문처가 있었다

2층은 북카페인 듯 책과 연주용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담소를 나누는 여성들도 보이고

노트북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작업을 하는 학생도

서점의 단골인 듯했다.

 

 

 

진열된 책의 1/2이 중고등학생용 문제집이어서 아쉬웠다.

이것이 동네서점의 어려운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 슬펐다.

 

동네 할아버지가 약초에 관한 책을 사러 온다는 동네서점

자전거를 타고 와서 고르고 골라 책 한 권 사가는 꼬마 손님이 있다는

이 서점이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점에서 직접 진열된 책을 보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문한 책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언제나 그렇듯

작은 동네 서점에는 모든 사람들이 찾는 책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항상 책을 찾아 전달해 준다.

이 정겨운 거래

 

내게도 이러한 동네 서점이 있었는데~ 

 

 

유학시절

<도코로자와 역> 앞의 작의 서점(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은

 주문한 책들을 항상 내게 가져다주었다.

책을 주문할 때의 기대감

자전거를 타고 주문한

책을 받으러 갈 때의 짜릿한 행복감.

 

이런 동네 책방이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알라딘의 할인과 포인트와는 멀어지겠지만

정액을 주고 책을 사고 싶고

그렇게 책을 연결해주는 동네 책방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청학서점>이 꼭 100년 이상 운영되기를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