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한줄 일기 2021.04.30
Jeeum
2021. 4. 30. 20:34
3월 학기가 시작되고 오늘로 9주가 지난다.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저녁이 있는 금요일을 찾았다.
두 달 만에 처음으로 토요일 업무가 없는 금요일 저녁이다.
평화롭다 못해
지나치게 느긋하다.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할 수 있다.
시간이 매우 천천히 천천히 가는 듯하다.
미루어 두었던 분갈이를 하고,
창문을 열어둔 채
베란다 식물들에 듬뿍 물을 주고
화분들의 위치를 소박하게 바꾸어 주는 일.
적당히 차린 저녁을 천천히 천천히 씹어 먹고,
방과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내키는 대로 보이는 대로 쳐보는 피아노.
여기저기 놓여있는 잡지들을 살펴보고,
소품들의 위치를 바꾸어 보는 것이 고작이지만
이것이 내 공간이고,
내 시간같은 만족감이 넘친다.
애썼지만 허망해졌던 일들은 저 멀리 날려 보내고
두 달 만에 찾아든 이 시간을 그저 그저 만끽하고 싶다.
이런 것을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