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확
루콜라를 파종하고 나서 벌써 한 달 반이 흘렀다. 그동안 나의 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간에 밀려 바쁘게 사는 동안 5월이 되었다.
밭이 풍성해졌다. 시윤이 심은 여러 가지 상추들이 자리를 잡았고 잘 자라고 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책만 보고 심은 완두도 이미 무성하게 자라 어설프게 쳐 준 줄을 감아쥐고 자라고 있다.
시금치, 쑥갓, 쌈채소, 루콜라 그리고 가장 먼저 모종을 심은 케일에서 지난 주말 첫 수확을 했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소박하기만 했었는데 첫 수확도 혼자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그 양이 많았다.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당연히 나누어 주었다. 모종을 심고 씨를 뿌린 것은 나지만 내가 키웠다고 하기 어렵다. 땅이 키워 준 채소들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지난 화요일에는 학과 회의를 마치고 각자 조금씩 식사할 거리를 갖고 와 첫 수확한 채소로 쌈을 싸 먹었다. 나름 엄청한 양을 들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성인 4명이 전부 다 먹었다.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째튼 약간의 정성을 들여 키운 채소를 다른 분들이 잘 먹어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나머지 땅에 고추, 토마토, 가지, 가시 오이와 노각 모종을 조금씩 심었다. 내게 분양된 밭이 이제 가득 찼다. 작년 겨울에 심은 양파들은 생각보다 건강하게 나의 밭의 방패가 되어 잘 자라고 있다. 6월이면 수확한다고 했다. 얼마나 달콤할지 기대하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맛을 보여줄 수 있기를 하고 생각한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그냥 내게는 휴일이다. 느긋하게 아침을 보내고 밭으로 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욱 좋았다. 어제 삼랑진 장에서 사 온 청상추를 조금 더 심었다. 어제 비가 와서 인지 다시 채소들이 쑤욱 자라 있었다. 풀을 뽑아주었다.
참 오빠가 하도 '여주 여주'하고 노래를 불러 사두었던 여주를 심느라 힘이 들었다. 울타리 가까운 곳에 땅을 파서 심어야 하는데 땅에 돌이 많아 땅을 파기도 고르기도 어려웠다. 잘 자라줄 주는 기약할 수 없다. 심고 마음을 써 줄 수 있지만 나머지는 식물 자신의 영역이라고 믿는다. 생명력 있는 존재이므로 잘 자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고추, 가지, 토마토에 지지대를 꽂아 주었다. 작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식물들에게 지지대를 세워주어야 한다거나 여분의 잎을 잘 따주어야 한다는 것도 아예 알지 못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저 하고 싶다고 달려들었고, 주변에서 조금씩 알려주는 대로 주워듣고, 다른 사람들이 져놓은 밭을 곁눈으로 보며 배워 나가고 있다. 그나마 작년보다 모양새가 조금 더 갖추어져 가고 있는 나의 밭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보니 감자, 부추 들깨, 파도 있다.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 주말에 심은 것들이 자라면 또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5월은 풀과의 전쟁이라던데. 이미 쇠비름이 왕성하게 나기 시작했다. 틈날 때마다 가서 잘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