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30 & 31. 여백을 위한 두 권의 책

Jeeum 2021. 6. 17. 14:59

현순안 펴냄 (2020). 디어 마이 호근동, 동네책방 Interview.

박미나 (2021), 빨강 머리 앤의 정원, 지금이책.

 

두 권은 모두 그림과 관련되어 있다. 내게 있어 두 권은 모두 서귀포 중산간로 동네책방 Interview가 준 선물이다.

 

제주 '책방 올레'를 알고 나서 '제주 올레'를 걷고 남는 좁은 틈에 책방을 찾아가고 있다. 동네 책방 Interview는 미리 알고 방문한 곳이 아니라 올레 7-1코스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책방이었다. 이 책방에서 내가 고른 책이 '디어 마이 호근동'이다.

 

 

책의 주인공은 여섯 명의 호근동 할머니 할아버지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같은 동네에서 80년을 넘게 살아오신 분들이 마을에 모여 그림을 그린다. 그분들의 그림을 보고, 책방지기는 그저 그리는 것으로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를 발견했나 보다.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의 그림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디어 마이 호근동'으로 탄생했다. 책방 입구에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여름 숲을 닮은 진한 초록의 표지의 작은 동백낭 그림을 보고 그저 마음이 끌려 버렸다.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에서 '나무와 숲'과 관련된 책들 사이에서 발견한 책이 '빨강 머리 앤의 정원'이다. '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이나 관심이 갈만한 책이다.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는 저자는 앤이 사랑한 꽃, 나무, 열매와 풀을 엄선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관련된 문장을 뽑아 페이지를 구성했다. 모두 72개의 식물들을 나온다. 하나씩 하나씩 보다 보면 앤이 얼마나 꽃과 식물을 사랑했는지 다시 알게 되고, 한때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게 된다.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이자 저자 루시 몽고메리가 살았던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이 먼 나라가 아닌 듯 느껴진다. 책에 등장하는 72종류의 꽃이나 식물들이 매우 친숙하다. 모양새는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이름만은 매우 익숙한 것들이 많다. 몽고메리의 책을 나름 열심히 읽은 탓인지 아니면 그 식물들이 이미 꽃집이나 우리의 삶에 가까이 와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삭막해지는 순간이 올 때, 발등의 불 같은 일들을 처리하면서 스트레스가 오려할 때, 괜한 생각이 깊어져서 살짝 우울감이 오려고 할 때. 그런 순간에 두 권의 책을 펼쳐 눈에 담으면 잠시라도 얼어붙은 마음이 녹고 따뜻해질 듯하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힌다. 언제 물러갈지 알 수 없다. 맘 놓고 여행 계획을 기약하기 어렵다. 주사를 맞는다고 해도 마스크를 벗고 가볍게 떠날 수 있을지 더욱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따뜻한 빛깔의 책이 좋다. 어둡고 침침하고 깊은 서사보다 경쾌하고 가벼워지는 책들이 좋다.  두 권의 책은 당분간 아주 가까운 곳에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