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41. 오직 한 사람의 차지

Jeeum 2021. 8. 11. 16:20

김금희 소설집(2019).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문학동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있다. 방금 한 나의 선택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거나 강박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운 순간이 있다. 어쩌면 누구나 그러면서 사는 것인지 모른다. 열이 나니 땀이 절로 난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두개골의 온도가 높아진다. 사람의 체온을 높이는 것이 바이러스뿐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체온을 높이는 주범이다.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인물 때문이다. 우리를 닮은 인물들. 모두의 일상을 닮은 사건과 관계들. 하나씩 읽다보면 어이가 없어지는 일도 있지만 삶이 정리되기도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나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 읽기는 언제나 흥미롭니다. 지금처럼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그저 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끔 지독하게 다양한 사람들이 주는 얘기 때문에 어지럽기도 하다. 그런 순간 예민하게 중심을 잡으라고 하는 것도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집에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노아선배와 국희 그리고 나

종업원 은수를 짝사랑하는 카페 사장 그리고 나

출판 사업을 말아먹고 부인 기와 장인 덕분으로 사는 나 그리고 낸네

성에 눈이 뜨는 중학생 유나와 나

특이한 희극배우와 나 그리고 윤

편집자 김수정과 작가 윤

트라우마를 가슴에 담고도 고고하게 살았던 삼촌과 동생 엄마, 그리고 조카 나

그리고 소설가 교수 K

 

사랑, 분노, 현재를 만든 과거, 트라우마, 치유와 회복, 외면, 냉정. 작가가 이야기한 것들에서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 낱말들.  하지만 단편들은 언제나 부족하다. 압축된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어설픈 내 감정을 후련하게 해 주지는 못한다.

 

긴 호흡의 소설을 읽고 싶어 졌다. 이제 장편 소설을 읽고 싶다. 인물의 내면으로 깊이깊이 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