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한줄 일기 2021. 10. 17

Jeeum 2021. 10. 17. 20:34

2020년 1월 시작한 제주 올레 걷기가 이제 마지막 한 코스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여름 한 달 살기 이후 오랜만에 어제 올레 걷기를 하고 왔다. 걷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두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17.3킬로를 무사히 걸었다. 힘들게 걸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무척 가볍다. 두 달 반 동안 일과 일상에서 분리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무척 쌓여있었나 보다. 

 

한파라고 한다. 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화창하다.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먼 나라의 얘기인 듯하다. 어제 걸었던 올레 11코스를 오늘같이 화창한 날 걸었다면 어떠했을까. 비바람을 맞고 걸었던 길을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면. 그 순하고 정겹던 숲길은 어떤 모습으로 남았을까.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좋은 날만 골라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흐리고 비 오는 날 걸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던 것이다. 두통으로 포기하고 싶던 무수한 순간을 통과해 어째튼 걸었다. 

 

이제  마지막 하나만 걸으면 완주이다. 완주 후 시윤이의 동반자가 되어 같이 걸어주면 된다. 올레를 걸을 때마다 하나씩 붙이던 와펜이 딱 하나만을 남기고 있다. 26개 코스 언제 끝이 나려나 했더니 이제 거의 끝이 보인다. 패스포트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지나간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 함께 했던 시간들. 마지막 하나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뿌듯한 주말이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