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56. 달 너머로 달리는 말

Jeeum 2021. 11. 5. 15:26

김훈 (2020).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파람북.

 

김훈 작가만의 문체, 역사성 그리고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새 소설.

이야기가 사람의 시점뿐만 아니라 '말'이라는 생명체의 시선에서 쓴 문장들이 새로웠다. '야백'과 '토하'의 문장들이 묘했고, 그들의 생각이 사람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움직이는 생물체 모두의 감정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 공동체 그리고 삶이 있으나 살아가는 메커니즘 자체가 완전히 상이한 두 개의 국가, '초'와 '단'.

어느 쪽을 더 문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도로도 나타낼 수 없는 광활한 토지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생과 상상력의 세계가 감히 상상이 잘 안되었다. 초와 초의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문법이, 단과 단의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문법이. 이 거대한 두 개의 국가 사이에 존재 감 없이 평화로운 '월'의 모습이 기묘하면서도 역사 어느 한 꼭지에 꼭 소설을 닮은 사람들과 얘기들이 존재하고 거기에 '말'들도 함께 있을 것 같았다.

 

소설 속에 자주 나오는 '시원기'나 '단사'가 과연 있는 기록인지 아니면 그것들조차도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소설을 들고 다니는 동안 몸이 아파서 연결하여 읽지 못하고 흐름은 계속 끊어졌다. 때문인가. 끌어당기는 문장이 꽤 많았지만 정리할 틈도 없이 그저 읽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겨우 읽기를 마쳤다.

 

이른 아침. 다소 거친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김훈 소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언어의 리듬이 느껴진다. 이 소설은 특히 리듬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거칠지만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언어 자체가 담는 의미보다 언어를 감싸는 보이지 않는 그 리듬에 더 큰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목 그대로 드넓은 평원에 달이 뜨고, 달을 배경으로 두 마리의 말이 끊도 없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시작도 모르지만 끝도 알 수 없는 것이 마치 우리의 생인듯하여 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