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2021. 11.10
그런 사람이 있다. 이년만에 만났는데 매일 만난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느닷없이 '사랑해요'라고 말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한번 안아보자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따뜻하다.
그런 사람과 함께한 날에는 이유 없이 엔도르핀이 마구 솟는다. 세로토닌 따위는 아예 흔적조차 없다. 괜히 기운이 나서 잔뜩 일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맑아져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나갈 수 있다. 살아갈 이유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살아 움직이는 것 자체로 행복감이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오늘 그런 사람을 만났다. 작년 엄마 장례식에서 얼굴을 본 이래 처음이었다. 그간 간간이 전화 통화는 했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마주 보고 얘기와 식사를 나눈 것은 정말 오랫만의 일이었다. 아침 일찍 그녀를 만나서 함께 이동하고, 그녀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나는 일을 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함께 퇴근했다. 출근이 여행 같았다. 덕분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의미있는 저녁을 즐기고 있다.
그런 기분좋은 시간은 기억 속에 남겨야 한다. 건강한 그녀의 에너지를 한껏 받은 덕분에 행복해진 지금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가 이런 날 속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또한 소망한다. 그녀의 기분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여행할 날을.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즐거운 '저녁'을 선물로 주었다. 햇살 좋은 곳에서 떠나 대구에 내렸을 때는 이미 날씨는 잔뜩 흐렸고, 비까지 내려 날씨는 쌀쌀했다. 그러나 나의 공간에는 기분 좋은 공기가 가득했고, 이곳에서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