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TRIP
우도에 머물다
Jeeum
2021. 11. 26. 09:23
제주에서 호젓한 밤을 맞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도'에서 말입니다.
'iiin 29호'에서 진짜 우도는 막배가 떠난 다음부터라는 글을 읽은 이후
줄곧 우도의 밤을 기다렸습니다.
겨울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화창해서
날씨마저 우도 입도를
도와주었습니다.
선물 같은 하루입니다.
조심조심 차를 타고 배에 올랐습니다.
아주 잠시 앉아
사알짝 울렁거리나 했더니
둥근 지미봉이 멀리 보이고
우도등대가 가까이 보이는 천진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고 나니
노을이 지려합니다.
우도 블랑로쉐의 작가 '호연지'가 일러준
길을 걸었습니다.
하고수동해수욕장에서
오봉리 중심을 돌아 나오는 길.
제주 올레의 리본이
노을 속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 한라봉 모양새의 한라산과 지미봉이
사이좋은 형제마냥 포개져 있습니다.
하고수동 바다의 소리와 빛깔과
파도의 출렁거림이 너무 좋아
멍하니 그저 멍하니 바라봅니다.
땅콩을 걷어낸 밭에는
건강한 흙들이 쉬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돌담을 사이에 두고
노란 불빛이 줄지어 따라갑니다.
바람에 풀들이 누웠다 일어서는데
세상이 정지한 듯 조용합니다.
덕분에
마음에서 번잡한 생각들이 모두 빠져나갑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피곤이 눌러대는 무게에 찡그렸던 근육들이
길게 늘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