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2022-21

Jeeum 2022. 3. 21. 14:19

김누리 (2020).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해냄.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빨간색 깃발이면 무조건 내편이라 믿는 대구에 터 잡고 사는 터라 더했을지 모릅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이라도 내편이라고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들에게도 읽으라고 권해야겠습니다. 과연 읽어줄지 모를 일이지만..

 

읽을수록 또다시 일제 청산을 제대로 못한 역사가 아쉽습니다. 잘못을 한 사람을 제대로 벌하지 못했으니 잘못을 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다시 서고, 우리들을 대신하는 대표라고 투표까지 하면서 뽑아놓고도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욕하면서 스스로 무기력해진 우리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습니다. 

 

정치민주화, 사회 민주화,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 그리고 일상의 민주화까지~~ 해야할 일들을 못한 채 이대로 굴러가도 과연 괜찮은 것인지 두렵습니다. " 한국사회가 오만과 모멸의 구조로 되어있다.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턱없이 오만하고 패자는 너무나 깊은 모멸감을 내면화하고 산다"는 김우창의 말이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과연 동트는 새벽은 언제 올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걱정이 가득한 채 책을 놓습니다. 

 


박정희는 베트남 전쟁 파병을 통해 한국을 68혁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예외국가'롤 만든 장본인일 뿐 아니라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한국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킨 인물입니다. 그밖에도 강남 개발을 통해 정치 자금을 축척하여 한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든 원조 투기꾼이자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름으로서 한국을 '과거 청산 없는 나라'로 만든 친일파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사 쿠데타를 통해 30년간 지속된 군사 독재시대의 문을 연 독재자였습니다.(94쪽)

 

우리의 삶이란 기실 지구에서 잠시 살다가 떠나는 ㄱ것이고, 지구는 다음 세대인 미래 생명이 살아야 할 터전이므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나의 욕망을 위해서 끝없이 소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111쪽)

 

독일의 교육 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라고 했습니다.(113쪽)

 

설마 내 안에 노예 감독관을 심어놓았으랴'하고 의심하는 분들은 한번 실험해보세요. 아주 간단합니다. 어느 햇살 좋은 날.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멋진 음악도 들으면서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감을 느끼려고 시도해보세요. 바로 그 순간. 내 안에서 이렇게 속삭일 것입니다. '너 지금 뭐하니? 너 지금 이럴때야? 네가 이러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뭐라도 열심히 하고 일을 텐데, 이러고 있어도 되겠어? 그러면 서서히 내가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가, 너무 뒤처지고 있지는 않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런 경험 모두 갖고 계시지요? 그것이 바로 나의 노예 감독관입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 착취입니다.(128쪽)

 

세계적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우리처럼 과도하게 우편향된 정치 지형을 가진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기형성을 모른 채, 우리 정치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언론이 거짓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지금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경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것은 한국의 기득권이 만들어낸 최악의 거짓말입니다. 사실 해방 이후 한 번도 보수와 진보가 경쟁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 지형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손을 잡고 권력을 분점해온 구도입니다. 저는 이것은 '수구-보수 과두지배'라 부릅니다. (172쪽)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즉 세계적 표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유럽의 지식인과 정치가 사이에는 미국은 대체로 사회적 지옥으로 여겨지지요.(192쪽)    

 

귄터 그라스는 "아우슈비츠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도덕적 재앙을 초래했던 민족은 통일을 요구할 도덕적 권리가 없다"라고 까지 말했습니다.(228쪽)

 

민주주의는 정치 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지 모릅니다.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다 민주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자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강한 자아'를 가진 자입니다.(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