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場,所, 空間

Drawing Cafe 춘천 'Finden House'

Jeeum 2022. 6. 14. 15:36

춘천의 드로잉 카페  '핀든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나의 (온라인) 그림 선생님, 핀든 아트 전보람 샘이 가족들과 춘천으로 이사하여 오픈한 호젓한 분위기의 드로잉 카페이자 선생님 가족들의 삶의 보금자리입니다.

 

핀든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그저 우연입니다. 저는 그림이라곤 제대로 그릴 줄 모르는 똥손(?)입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은 꽤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느끼는 것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 여행지의 기록들, 대부분 사진이나 글로 담고 표현하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거장들의 그림을 보 때의 전율, 여행지에서 만나는 무명 화가들의 그림이 주는 평화로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림을 볼 때 화가는 무슨 마음으로 그리 표현했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그림은 눈을 통해 마음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을 주는 친구였습니다.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야 굴뚝같지만 제대로 뜻대로 그려낼 수 없으니 그림이란 제게 여전히 짝사랑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여행 드로잉을 알게 되었고, 여행 드로잉을 검색하다 핀든 아트를 알게 되었고, 핀든 샘의 그림 강좌가 '클래스 101'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필명으로 등록하고, 똥손은 핀든 샘의 강의를 들으며 따라서 하나씩 선을 긋고 사물을 그렸습니다. 숙제를 제출할 때마다 맘껏 해주신 칭찬 덕분에 무사히 완강을 하고 이어 두 번째 클래스도 수강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가고 덕분에 틈나면 펜 드로잉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로도, 출판하신 책으로도 늘 샘의 목소리와 손을 따라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춘천에 정착한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겨울, 당일치기로 춘천 학회를 마치고 부랴부랴 어둠을 뚫고 귀가 했습니다. 아침부터 뭔가 빠진 듯 허전했던 날의 느낌. 그 정체가 무엇인지  집에 도착해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춘천까지 가서 핀든 선생님을 보지 않고 그냥 왔던 것입니다. 내내 후회하고, 내내 다시 가고 싶었습니다. 5월 28일 토요일 드디어 다시 춘천을 찾을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꼭이라는 심정으로 금요일 출발해서 일요일에 귀가하는 2박 3일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효자동에 숙박지도 잡았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드디어 춘천에 도착. 저녁을 먹고 호텔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영업을 마친 핀든하우스를 찾았습니다. 호텔에서 걸어서 300미터. 사부작사부작 천천히 걸어도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핀든 하우스가 있었습니다. 조용한 운교동 골목 안, 하얀 2층 집 '핀든 하우스'가 은은한 불빛 아래, 연한 바람 아래 소리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실내에 불에 켜져 있어 샘이 작업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런 게 짝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다음 날, 학회를 하는 도중 시간을 내어 핀든 하우스를 찾았습니다. 느긋하게 카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아니었지만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그저 그런 마음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카페 뒤 언덕에 차를 세우고 카페를 향해 내려오며 정성을 들인 뒷마당을 보았습니다. 그 마당에 걸린 그림도 보았습니다. 저렇게 그릴 수 있는 샘이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담아 손수 만든 뒷마당이 영상으로 만 보았던 샘을 닮아 있었습니다.  

 

 

현관 앞에 섰습니다. 여기는 그저 커피만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그림을 사랑하는 주인의 공간임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씨로 쓴 'Finden House' 아래 걸린 세 자루의 붓, 짙은 오크 빛의 나무 입간판에 Finden Art - Ateliere, Drawing, Coffee, Store라는 낱말의 순서에서 이 공간이 그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예술가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아쉽게도 친정 나들이 중이라는 샘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듬직한 남편에게 내가 온 연유를 설명했습니다. 친절하게 들어주고 얘기를 나눠주어 감사했습니다. 일요일은 클래스만 진행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동행해준 조카와 함께 하기로 한 일요일의 다른 일정 사이에 다시 핀든 하우스를 들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어서 샘의 온라인 제자가 샘에게 인사하고 싶어 들렀다는 말을 전해 달라 했습니다. 

 

핀든 하우스 공간에는 다양한 커피와 음료, 소품들 그리고 무엇보다 핀든 아트의 많은 그림들이 있습니다. 모든 자리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펜과 종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그랬듯 마음이 어지럽고 아픈 사람들은 핀든 아트의 그림을 따라 그려 보십시오.  마음이 단순해지고 치유될 것입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이제 저는 그림을 그린다고 말합니다. 잘 그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그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리니까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작품이라고 하기보다 저의 일상이니까요. 

 

여름입니다. 올 여름 여행은 춘천으로 갈까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년 제주 한달살이를 했던 것처럼 올 여름을 춘천 보름 살이를 해볼까 합니다. 춘천은 걷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고, 핀든 하우스도 있으니까요. 춘천에 머물며 매일 핀든 하우스를 찾아 그림도 배우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걷고 싶어 졌습니다. 핀든 하우스의 내부는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혹여 제 글을 읽고 핀든 아트가 궁금한 분은 찾아오세요... 당신의 한때를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