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뽀시래기 텃밭 일기

가뭄. 타는 목마름 속에서도 생명이

Jeeum 2022. 6. 2. 14:56

텃밭 농사 3년 차.. 가뭄이 어떤 건지 겨우 알았다. 물기 하나 없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 웬만한 정도의 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어렵다. 매일같이 가서 물을 줘야 겨우 땅을 유지할 수 있는데... 주중에 밭에 물 주긴 어려워 땅은 점점 더 메말라간다. 더불어 농사의 내용도 작년과는 달라졌다. 작년 이맘땐 풀을 키우는 건지 채소를 키우는 건지 모를 만큼 5월은 풀과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물이 부족해서인지 풀도 많지 않다. 주말마다 밭으로 가지만 물을 주는 것 말고 크게 할 일은 없다.  

 

지난주는 2박 3일의 일정으로 춘천에 출장을 다녀왔다. 대신 물을 줄 사람이 없어 텃밭의 작물들이 다 말라비틀어져 없을 줄 알았다. 그럴 만큼 지금의 가뭄은 극심하다.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다. 틀기만 하면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 익숙한 나에게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다급한 심정으로 지방선거 휴일 아침 일찍 밭으로 갔다. 땅은 빼빼 말라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양수기를 돌리기엔 주변이 너무 조용해 받아둔 물을 몽땅 비닐 사이로 넣어 주었다. 

 

텃밭 둘레에 심어 둔 수국은 시들어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데.. 당연한 일이다. 다행이 로즈메리와 분꽃은 싱싱하다. 메마른 땅을 버티고 선 채소들도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수세미는 줄을 타고 올라가지 못하고, 완두는 심은 것 중 반이 이미 말라버렸다. 들깻잎도 땅콩도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직 넝쿨이 깊지 않은 오이 줄기에 아기 오이가 조롱조롱 달려있다. 그중 하나는 꽤 튼실하여 조심스레 땄다. 첫 수확이다. 얼음물에 띄어 두었다가 저녁 식사 대용으로 먹었다. 너무 맛있다. 아마 이번 주말에는 비슷한 크기의 오이를 여러 개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에 다시 가서 양수기를 틀어 물을 듬뿍 주었다. 듬뿍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래디시를 모두 캐고 남은 여백에 열무씨앗을 뿌리고 물이 증발되지 않도록 천을 덮어 주었다. 작고 싱싱한 새싹을 기대한다. 열무가 잘 되면 열무김치를 담아 여름을 건강하게 나 볼 작정이다. 

 

하늘에선 언제 비가 오려는지... 작은 텃밭 주인인 내가 이렇게 애가 타는데 진짜 농부들은 어떤 마음일지 안타깝다. 오늘이라도 내일이라고 당장 비가 오길... 이 와중에 산불이 나서 나무가 다 타들어간다. 비가 와야 한다. 비. 너 어디 있는 거니? 제발 오렴^6^ 맛있는 거 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