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022-41

Jeeum 2022. 7. 8. 08:58

황보름(2022),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공간코퍼레이션.

 

'책을 읽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 닮아 여행 후의 내가 달라지는 것처럼 책 한 권을 읽은 후의 내가 조금 달라져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달라진다는 것은 반드시 성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 속에서 한 인물을 만나고 나면 가끔 성장보다는 반대 방향으로 생각이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서점을 꿈꾼다(?). 생각 속에서 진짜 서점의 주인이 돼 보기도 한다. 제주 소리소문이나 소설 속 휴남동 서점이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있으면 싶어지기도 한다. 책방이 없는 동네에 사는 나는 가끔 직접 책방을 만들어보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생각이 달리기를 시작하면 정말 곧 책방을 열 듯이 마음이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는 나이 든 내가 있다.

 

그러나 곧 책방을 여는 순간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결론에 도달하면 생각은 풀 죽은 낡은 티셔츠 마냥 그저 힘없이 끝이 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아무리 소설이라도 휴남동 책방주인 '영주'를 응원한다. 영주의 꿈대로 영주의 생각대로 책방이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휴남동 서점에서 영주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 민준, 상수, 민철, 희주, 정서, 지미 그리고 승우와 민철의 삶의 그저 자신들의 바람대로 그려져 가길 바란다.

 


소설은 매우 젊다. 소설을 만든 사람도 소설 속 주인공들도 모두 젊다. 그런데 소설이 슬펐다. 청춘이 쓰는 소설은 슬프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근데 청춘들이 이렇게 슬프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들 모두 너무 지치고 힘들어했다. 꿈을 꾸는 것도, 노력하는 것도, 배려하는 것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나 치열하게 살아보는 것도.

 

물론 이런 것 자체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님도 안다. 제 아무리 '행복'이나 '노력'과 같이 좋은 것이라도 과하게 넘치면 결국 사람이 상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 것 같다.  자신만의 속도로 잘 건너가길 지켜봐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것 같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시간을 이미 건너온 사람의 마음에는.

 

기성세대의 이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휴남동 서점의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거기에 나의 학생들이 보이고 나의 조카들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힘들면 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휴남동 서점의 청춘들은 서로 아끼며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안정과 평화가 그럭저럭 사는 것으로 그저 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서로에게 말하고 있다. 힘들 때 숨 쉴 시간 10분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려 하고 있다. 다행이다. 책 읽는 사람들의 지혜이다. 삶의 질이 아니라 '삶의 결'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서점이 중요한 이유이다. 종이책은 영원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종일 내내 좋은 단어를 고르는 작가가 있고, 좋은 문장을 읽는 독자가 영원히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문장을 적어본다.

 

359쪽

 

하지만 결국은 어젯밤에 읽다 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영주는 하루를 잘 보내는 건 인생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문구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지친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  "잠시 쉴 시간, 생각할 시간, 여유 부릴 시간, 돌아볼 시간"

 


작가와 책을 검색하다. 여름 버전의 표지를 만났다. 표지를 보면 딱 알 수 있다. 일러스트 '빈지수'가 그렸다는 것을.

 

내가 도서관에서 만난 책은 서점의 은은한 조명이 달달한 겨울 밤 버전이다. 여름 버전은 싱싱하다. 캡처해서 함께 보관해두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