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Jeeum 2022. 7. 21. 14:31

2022-48

 

최혜진 (2019).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은행나무.

 

그림에 빠진 기자는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보러 미술관을 순례한다. 하나둘 직관한 그림의 수가 늘어갈수록 기자는 그림과 사람 그리고 삶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북유럽의 그림이 기타 다른 유럽의 그림과 다르다는 것도 오래 그림을 보고 느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끌리는 것은 이유를 찾지 않고 일단 해본다.>는 기자 최혜진. 멋진 여성이다.

 

당신의 북유럽 그림에 대한 글은 이른 아침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긴 여행의 피곤함에도 나이 탓인지 동트기 전 눈이 뜨이고 바람과는 다르게 뇌가 각성되고 말았다. 남겨진 쪽이 적은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자 배고픈 줄도 모르고 완독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하고픈 것은 무조건 해보자라는 생각만이 남아있다.

 


 

책 속의 북유럽 국가들은 익숙한 나라임에도 지명이나 화가 이름이 기억하기 너무 어려웠다. 소리내어 읽기도 어려웠다. '뭉크'를 제외하곤 아는 사람도 없다. 때문일까? 입에 붙지 않는 낯선 발음만큼이나 책을 읽는 속도가 더뎠다. 문화나 역사라는 것이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직접 상관되어 있다면 특정한 지역에 살아온 이들의 그림이나 작품이 또 다른 지방과 차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북유럽의 화가들이나 그들이 그린 그림들은 기타 유럽과 어떻게 다를까. 

 

북유럽의 국가들은 현재 양성 평등 지수가 높고, 여성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로 알려져 있다. 최혜진은 글을 통해 북유럽의 그림이 이유를 알려 주었다고 했다. 우선 여성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과 일상에 대해  매우 당당했다. 용기 있고 당당한 여성의 시선이 그림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직 난 잘 모르지만) 책 속에 수록된 그림 가운데 지나치게 난해하여 부담스럽거나 여성의 벗은 몸이 보기에 민망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필자 역시 굳이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북유럽의 여성들이 갖는 품위나 품격이 있다고 말하는 듯싶었다.  

 

북유럽은 특히 한겨울 오후 3시만 되면 청회색 잉크를 뿌려 놓은 듯한 하늘이 된단다. 극단적일 정도로 차갑고 길고 지루하다고 했다. 인간이 살기에 극한으로 어려운 땅에 뿌리를 내린 그들에게 척박한 땅에서 오래 버티고 살기 위해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대립하고 반복하고 싸우면서 성취하는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를 감싸줄 존재로서의 사람이 중요했을지도.  당연히 거기엔 여성이 있고, 아이들과 이웃의 웃음이 있었을지도. 북유럽의 화가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인식했고 그림으로 남겼을지도. 북유럽 그림이 따뜻한 이유였다. 힘든 환경에 부딪혀 살면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한때 열광했던 북유럽 인테리어의 기본도 이런 따뜻함이 아닐까.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섬세하고 따뜻한 가구, 장식이나 조명, 이케아의 물건처럼 꼭 필요하고, 단단하지만 불쌍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북유럽의 문화일지도 모른다. 품격이란 무엇일까. 자기에게 맞는 품격은 무엇일까. 한 번쯤 생각해보고 싶어 진다.

 

낯선 것은 새롭지만 선뜻 받아들이긴 어렵다. 북유럽 화가들의 이름처럼 지명처럼 아직은 아는 것이 없어 낯설고 서툴다. 그림과 관련된 책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누가 뭐라든 나답게 천천히 즐기며 살아보자. 내 말이 아니다. 최혜진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