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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Jeeum 2022. 8. 21. 23:02

2022-57

 

김미리 (2022).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휴머니스트출판그룹.

 

평일에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고 한 주간의 업무가 끝나는 금요일 밤, 반려묘 소망이를 데리고 자동차로 2시간 반 걸리는 충남 금산의 시골집으로 퇴근하는 삶을 사는 여성. 세 번의 해가 바뀌는 동안 오도이촌의 삶에서 겪은 얘기를 풀어놓았다. 

 

우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30대 독신 여성인 것 같은데 기록한 이의 용기가 대단하다. 10년간의 서울생활이 제 아무리 힘들었다고 이런 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부럽다. 부러워만 말고 당신도 진짜 하고 싶다면 해라고 말한다.

 


 

얼었던 땅이 녹고, 여린 새싹이 땅을 밀고 나온다. 수풀집 주위에 연한 초록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새로운 모종을 사 텃밭을 일군다. 이틀간,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생명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꽃들이 피어난다. 꽃집은 없지만 꽃들이 만발한다. 따뜻해지는 날씨에 의지해 집을 손질하고, 텃밭을 가꾸고, 거기서 나는 것들을 먹으며 산다. 마당에는 고양이들이 뒹군다. 텃밭멍, 햇빛멍, 그러는 사이에 생명의 에너지가 쌓여간다.

 

여름

 

초록이 짙어진다. 풀이 무성해진다. 더위에 숨이 막힌다. 집과 하늘과 풀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소나기가 내린다. 모두 생명을 키우는 것들이다. 바람과 햇빛과 비를 맞으며 곡식들이 쑥쑥 자란다. 나를 키운다. 배롱나무 꽃이 지면 여름도 함께 진다.

 

가을

 

봄에 심은 것들을 거둬야 한다. 잘 보관하며 겨울을 준비한다. 배추도 무도 심는다. 가을빛에 잘 자란다. 옆집 할머니와 장에 번개를 했다. 땅에 떨어진 밤을 삶아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인다. 시골집에서 시간이 나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밀린 드라마도 영화도 본다. 겨울 준비를 해야 한다. 기름도 채우고, 장작도 쌓아놓고, 얼지 않도록 헌 옷으로 수도를 꽁꽁 싸매 준다. 해주는 이 없다. 내가 선택한 삶이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은 이웃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는 정이 깊다.  

 

가을비가 내리면 서리가 내리고 서리가 내리면 겨울이다. 키운 배추로 처음 김장을 담았다. 마당에 독을 묻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겨울

 

겨울을 춥다. 시골집은 더 춥다. 난로에 의지에 산다. 겨울에는 땅도 쉬어 간다. 눈이 내린다. 겨울눈이 만드는 시골집의 정경에는 안심과 여유가 있다. 사계절을 두 번 함께한 시골집의 이웃들과도 그럭저럭 잘 지낸다. 이렇게 살면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이쯤이면 딱 '리틀 포레스트'이다. 하지만 저자는 반드시 그런 낭만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당연하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아파트에 살든 주택에 살든 삶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저자는 이도오촌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을 뿐. 나는 내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김미리라는 사람의 삶의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상상하고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 다시 잊어버리고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골집을 알아보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 건강하게 오갈 수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선택과 결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