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um 2022. 8. 26. 10:11

2022-59

 

페터 비에리 (2011). 자기 결정, 은행나무.

 

독일어로 쓰인 글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얇은 책인데 책 속의 문장 구조가 낯설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독일어를 모르는 내가 완전한 한국어가 아님을 느끼는 순간 이해가 어려웠고, 읽기를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나가는 동안 아주 낯선 문장이 조금씩 이해되고(그저 내 나름대로), 이렇게 번역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생겨났다.

 

지은이가 말하는 자기 결정의 과정이 이런 것은 아닐까?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읽지 않는 것도 읽는 것도 내가 당장 해야하는 문제라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 이런 결정의 과정에서 좀 더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으로서의 결정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경험하고 인식해야 하는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닌가?   

 

97쪽의 글 속에서 지은이가 하고자 하는 자기결정의 필요성, 자기 결정이 인간으로서의 행복과 존엄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라는 말에 동의했다. 자기 결정이 되려면 먼저, 스스로의 행동이나 말과 생각에 대해 인식하고,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또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저 보이는 대로, 겪은 대로, 느껴지는 대로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고 무엇을 겪고 있는지,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인식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언어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완전 공감.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성장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 예를 들어 습관, 종교, 문화, 말 등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갖추도록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도 공감했다.

 

자기 결정이 가능해질 때 인간은 자유롭고 행복하고 존엄한 상태의 삶에 이르는 것이다. 이건 나이와는 상관없고 학벌, 인종, 지식의 양과는 무관하다.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왜 이런 결정을 했냐고 물을 때, 과연 어떤 대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냐를 인식하는 것이 생의 수레바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해지고 싶지 않다. 순간순간 예민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는 내가 행복하려면 내 주위의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믿기에 언제나 이러한 방향에서 합리적인 쪽으로 결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