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나의 형 빈센트 반 고흐

Jeeum 2022. 9. 28. 10:47

쥐디트 페리뇽 지음, 성귀수 옮김 (2007). 나의 형 빈센트 반 고흐, 아트북스.

 

2022-65

 

와우! 가슴 찌릿해지는 전율과 갸웃거림이 없이는 읽기 어려운 글이다. 세상이 다 아는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영원한 그의 후원자인 동생 테오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형을 잃은 테오의 절절함이 아무리 형제라도 이렇게 까지 절절할 수 있을까 싶어 진다. 

 

저자 쥐디트 페리뇽은 기자라고 한다. 역시 기자답다. 알려진 혹은 문장으로 남은 팩트를 바탕으로 빈센트가 죽은 1890년 7월 30일 부터 테오가 죽은 1891년 1월 25일까지 약 6개월간 테오의 이야기를 소설 같은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이 읽기를 마친 지금까지 메아리처럼 남는다.

 

목사 아들로 태어나 목사가 되려고 했으나 그림만을 사랑한 빈센트, 빈센트의 영혼을 가장 잘 이해했던 동생. 그림 중개상으로 성공했으나 자신의 형을 세상에 알리지 못했던 죄책감이었을까 형이 죽은 뒤 꼭 같은 길을 걸어 죽음에 이른 테오도뤼스 반 고흐. 둘의 나이 고작 37세, 33세. 부모조차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빈센트의 성정, 행동 그리고 그림과 삶.

 

동생의 형에 대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유달리 가까웠던 형제애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테오의 형에 대한 마음, 빈센트가 동생을 향해 절규했던 마음. 세상의 해석은 분분하겠지만 그걸 우리가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다만, 빈센트가 안타깝게 죽음을 택한 다음 6개월만에 동생도 같은 길을 걸어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그것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속물적인 나는 아내 요한나가, 엄마 안나가, 테오의 아들 빈센트가 남편과 아들과 아빠로서 테오를 잘 이해했기를 바라는 현실적인 생각만 하고 말았다. 남은 사람도 잘 살아가야 하니까.

 

글은 테오가 죽은 뒤 23년 후, 아내와 아들이 동생 테오의 시신을 빈센트가 묻힌 오베르의 묘지로 이장하는 것을 끝난다. 저자는 23년만에 죽은 몸으로 동생을 맞는 빈센트가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너도 바깥 삶이 몹시도 고달팠던 모양이로구나?' 울컥 눈물이 난다. 외롭고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간 형이 동생의 외롭고 고단함을 끌어안아주는 모습 때문에......

      

빈센트의 작품은 사후 요한나의 노력으로 세상으로 나와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으로도 사기 힘들다. 이제 우리는 반고흐 미술관에서, 오르셰 미술관에서,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세상 여러 곳으로 흩어진 그의 작품들을 만나고, 집에서도 사본으로 그의 그림을 만난다. 그리고 말한다. 예술가로서 그의 삶에 대해 그림에 대해. 그의 가장 좋은 벗 동생 테오에 대해.

 

이 책은 막연하게 알았던 반고흐 형제의 얘기를 제대로 이해하게 해 주었다. 이제 반 고흐 미술관에서 산 그의 도록집을 다시 열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