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크로 지음, 김성희 옮김(2012), 심플하게 산다, 바다출판사.
2022-66
소박하게 살고 싶었다. 소박한 삶은 그저 선택이었다. 화려한 색채가 많아 눈길을 끄는 것보다 단순한 색, 색의 가짓 수가 적은 것, 심플한 것이 좋았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으며, 자라는 동안 이런 취향이 더욱 굳어졌을 것이다. 나이가 들며 좀더 이런 쪽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맥시멀리스트보다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것들에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
성장기의 예기치 못했던 결핍은 한때 욕심으로 작용해 뭐든 사모으길 좋아했었다. 이젠 충족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물건이나 생각에 치여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젠지 모를 때를 위해 먼저 물건을 사두는 일. 이런 쓸데없는 넘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싶지 않다. 가능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으로 심플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단순하다는 것, 심플하다는 것은 강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허전하고 외롭고 자아가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집착하고 물건에 치여산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진정으로 고급스러운(? 스스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몇 가지만 곁에 있으면 된다. 다이소에 파는 물건 수십 개 보다 백화점에 디스플레이될 만한 고급스러운 물건을 곁에 두고 사는 것이 더 좋다. 고급스런 물건이란 세간의 명품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히스토리가 있거나 의미가 있는 물건을 사는 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갖고 사는 것, 그것이 내게 있엉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다.
물건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이 많은 것도 똑같다. 물건을 줄이고 꼭있어야 할 것들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도 꼭 해야 할 귀한 생각들을 하며 사는 것이 좋다. 잘 살기 위해서도 생각을 줄이고 좋은 생각을 하고 불필요한 생각들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물건을 줄이고 생각을 줄이면 내 삶과 건강한 마음에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 시간에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식물 생활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텃밭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고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들으며 살면 된다.
도미니크의 책을 읽으면서 삶에 필요한 가치로운 기술을 몇 가지 배웠다. 일상적으로 자주 하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 천천히 음미하며 씹는 동작이 몸에도 마음에도 함께 좋다는 것, 바디 마사지와 목욕의 가치, 몸을 움직이는 것의 의미를 새기는 시간이었다. 또한 지금 내가 하는 일들 예를 들면 텃밭을 가꾸고, 베란다 꽃밭을 돌보는 일, 요리를 하고, 정리를 하고, 명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루틴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조금은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내 습관이 적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틈이 나면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