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um 2022. 12. 15. 11:31

김한민 (2018), 아무튼, 비건, 위고.

 

2022-79

 

아무튼 17 

 

비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행위 혹은 사람. 어느 날부터인가 언젠가 내가 비건이 될 거라고 느꼈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조카도 같은 말을 했다. 가끔 책이나 영상을 보며 텃밭에서 나온 채소들로만 요리를 해서 먹기도 했다. 

 

하지만 프라이트 치킨의 바삭한 고소함, A2+의 갈빗살이 주는 진한 육고기의 맛을 놓치기 싫어하는 내가 여전히 내 속에  존재한다. 가끔 트럭에 빽빽이 실려 어디론가 가는 어린 돼지들을 보는 날, 역시 트럭에 실려 가는 덩치 큰 소와 눈이 마주치는 날. 인간의 잔인함에 몸서리를 치곤 하지만 삼겹살을 바싹하게 구워 상추에 싸 먹는 맛에 길들여진 나는 그 경험과 순간을 외면하고 무시했다. 

 

강아지를 사랑한다. 그러나 모든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좋아하지 않았으나 조카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하는 통에 요즘은 고양이마저 사랑스럽다.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안다. 동물들이 어떤지. 그들이 인간이라는 동물과 얼마나 같은 존재인지.

 

저자 김한민이 말하는 것처럼 비건으로 산다는 것은 더이상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채소를 먹는 행위를 넘어 비건이 된다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 일이며, 앞으로도 지구별에서 살아갈 나의 아이들이나 미래의 누군가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이제 결심해야할 때가 되었나 보다. '아무튼, 비건'을 읽으며 충격을 받아 읽기를 멈춘 적이 있다. 엄청난 사실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  그러나 이제는 진실이지만 외면하면서 살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21세기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는 모두 같이 할 수 없다면 혼자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월 초겨울 한 달 동안 꽃이 다시 필만큼 따뜻했다. 이상기후라고 쉽게 말하면서 그 해결책에 대해 무관심하다. 

 

비건이 된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건강이고 선택의 문제이지만 실제는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비건이 된다는 것은 철학과 소신과 도덕 및 예의의 문제이기 하다. 어떤 인간으로 남고 싶은가. 나는 품위있게 살고 싶다. 비건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