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6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새로운 일을 맡고 느닷없는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생각도 몸도 적응하지 못한 채 뇌세포만 예민해져 있다.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밤잠을 못자도 일어나는 시간은 동일하다. 지정된 시간에 알람이 울리지만 몸은 미리 알고 움직이고 뇌세포도 알아서 움직인다. 당연히 눈이 뻑뻑하다. 평화롭지 못하고, 안정감도 안녕감도 떨어진다.
오늘은 외부에서 일을 본다. 오래전 약속된 사소하지만 사는 데 필요한 일상다반사 몇 건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생각이 일과 분리된 것은 아니다.
진하게 차를 우려 마신다. 따뜻한 온기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마음까지 따뜻함이 전달되어 녹녹해지길 소망한다.
향을 피운다. 공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피우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향은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저리 연약한 몸에서 느긋하게 자유롭게 피어나는 연기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며 멍 때려본다. 잠시지만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 편안하다.
겨우내 여기저기 실내에 자리한 화분의 초록 이파리들을 손가락으로 만진다. 물을 주고 하엽을 정리한다. 많지 않지만 건강한 잎새를 만지다 보면 번거로운 생각이 없어진다. 배도 고파진다.
양말을 신지 않고 슬피퍼도 신지 않고 적당히 따쓰한 바닥을 꼼꼼히 밟아본다. 조그만 면적의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적당한 온도의 촉감과 무게감. 온몸으로 전달되는 진동.
의자에 허리를 피고 앉는다. 굳어버린 고개를 오른쪽, 왼쪽, 앞과 뒤. 그리고 경사로 길게 늘여본다. 뻣뻣하기 그지없다. 가볍게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예기치 않은 일을 야기하니까. 눈을 감고 눈자위를 검지와 중지로 손바닥으로 누른다. 스스로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존재가 살아있음이고, 건강하다는 표시이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일기를 쓴다. 서툰 문장이지만 글을 쓰면 쓰는 동안 뭔가 서서히 가벼워지고 정리되어 간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문장이 길어진다. 무작정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꼼꼼히 누르며, 눈으로 문자를 쫓아가다 보면 촘촘히 떠오르는 활자들이 모양을 만들어 간다. 그 안에서 생각과 사건과 과정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아주 약간일지라도 번잡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다행이다. 이럴 수 있어서.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