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2016). 숨결이 바람 될때, 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023-14
책에 대한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본다. " 우리 모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피하지 않고 귀한 손님으로 예를 갖추어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젊은 의사의 이 간절한 고백록을 그냥 한 번 읽는 것 만으로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혼의 학교에 입학한 듯한 감동에 먹먹한 행복을 느낀다."
책을 펼치자 언젠가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란 포스트잇이 두 개나 붙어 있었고, 누군가 읽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 흔적이 내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막연히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언젠가 읽었던 책이라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나의 해마는 기억하려나. 읽다보면 분명해지겠지. 역시 기록은 중요하다.
생과 사를 가르는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모두 이런 것일까? "패배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143쪽).
삶을 이렇게 살아야 할까? "마치 있는 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후 쓰러지는 달리기 선수처럼." 인생에서 결승선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이 말에서는 결승선이 죽음은 아닌 것 같은데... 있는 힘을 다해 살았는데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을 통과하면서 쓰러져버리면 남아있는 삶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당장은 암흑의 빛깔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살라고 하고 싶지 않다.
분명 내게도 어느 한때 이런 삶의 자세를 가졌던 적이 있다. 지쳐 쓰러질지언정 우선은 있는 힘을 다해 해야한다고 믿었던 적이. 애 그랬을까? 꼭 그래야했을까? 그 결과로 나는 무엇을 찾고 얻었던가? 그게 좋은 것이었을까? 의미가 있었을까?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란 걸 없다.(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