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Jeeum 2023. 4. 6. 06:48

황의정 (2022). 각장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세미콜론

 

2023-19 4/2~4/5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이 달콤한 작업멘트는.... 읽어보면 알겠지.

 

저자는 제주 동쪽 중산간마을 송당리에서 'farandeast'라는 소품과 가구 숍을 한다. 남편과 두식이와 함께 제주에 살기 시작했다. 괜히 부럽다. 결정을 축하한다. 원하지만 뜻대로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는 대리만족을 준다.

 

첫 문장

 

'우리는 개와 함께 삽니다. 개가 네 마리,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고양이도 하나, 녀석들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같은 지붕아래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10년 전쯤 큰 개 한 마리를 배에 태우고 제주로 건너왔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대가족이 되었네요. 우리가 타고 가전 돛단배 위에 개들이 올라탄 건지, 개들이 타고 가는 배 위에 우리가 탄 건지, 조금은 헷갈립니다만 오늘도 부지런히 노를 저어 갑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두 사람은 두식이라는 이름의 큰 개를 데리고 제주에 살기 시작한다. 집을 고쳐 자신들의 공간을 만든다. 거기에 뿌리를 내린다. 두식이는 두 사람보다 빠르게 나이를 먹는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많은 이웃들이 있다. 인연들이 인연을 만든다. 인연의 연결고리에는 종이 다른 강아지, 고양이도 있다. 이들은 오지랖 넓게도 이름 없는 것들에게 이름을 주고, 가족이 되어주고, 또 가족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함께 살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저자이다. 달콤한 작업 멘트를 닮은 제목은 저자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자,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자신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어제와 같은 평화로운 그러면서도 부지런한 내일을 맞기 원하는 저자는 남편에게, 두식에게, 슬기에게, 덕천에게, 시애틀 할머니에게, 가족에게, 이웃에게, 식물들에게 늘 그렇게 말을 건다.

 

읽다가 50쪽의 그림을 보고 내 기억 속의 송당리를 소환했다.

 

올레 21코스를 가려 버스를 기다리던 송당리 정류장, 송당의 아침에서 날아들던 고소한 빵과 커피 냄새, 서실리 책방, 요망진 식물집사 송당나무 카페, 비 내리던 창밖을 보며 먹던 건강한 음식 뿌리와 열매 그리고 그곳에서 탄생한 인도거지, 집으로 모셔오고 싶던 소품 가득했던 far & east 등등.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할머니들도.

 

그 햇살 총총 아늑했던 거리에 숨어있는 이웃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저자의 글은 그 거리처럼 나를 평화롭게 했다.

 

빠르게 술술 읽히는 문장이 있다. 속독은 내게는 집중과 같은 말이다. 대개 빠르게 집중해서 읽는 책에는 나도 모르는 공감이 있다. 마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대화 상대가 마치 내 생각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있다. 저 사람 누구지. 왜 나를 알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오래 만나온 친구 같은 기분이 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 빠르게 집중해서 읽게 된다. 이 책이 그랬다. 덕분에 독서노트에 남은 글들이 없다. 곱씹을 것들이 공책에 남아 있지 않다. 대신 나는 곁에 두고 자주 책을 들여다 보게 될 것 같다. 책에 실린 그림도 매우 인상적이다. 송당의 느낌처럼 단순하고 일상적이고 평화롭다. 당신의 그림이 나를 제주 여행의 순간으로 데려간다.  

 

마지막 문장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 필로스 앤 소피아의 쇼인도 펜던트 조명 아래 30촉 전구의 불리 딸깍 켜졌다. 그 빛도 언젠간 꺼지겠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동안은 우리 둘의 세계와 세상 속으로 부드럽게 퍼져 나가지 않을까.'

 

오래 건강하게 개와 고양이와 함께 이웃과 함께 당신이 만든 공간과 거리에서 평화롭게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