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um 2023. 4. 19. 13:34

박완서(2010), 엄마의 말뚝, 맑은 소리.

 

2023-22

4/15~4/16

다시 읽는 한국문학시리즈, 청소년을 위한 책.

1980년 박완서 선생님의 중편소설. 작가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 우리가 겪지 못한 시간의 자연과 사건, 사람들의 얘기가 정말 고스란히 문장 속에 박혀있다. 문장의 분신인 어휘는 더욱 아름다워서 절대 잊혀서는 안 될 우리말들이 빛나는 소설 속에 점점이 빛난다. 나는 가끔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이 소설 속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소설 속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 선생의 소설가로서의 능력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최근 나는 새로운 독서를 하고 있다. 아주 어릴 적 읽어 읽은 기억조차 없거나 읽은 것은 분명한데 전혀 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소설들을 다시 읽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권씩 다시 읽어보려 한다. 예전에는 독서노트를 쓸 생각도 못했고, 이렇게 블로그에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잔뜩 쌓아놓고 읽는 것만 좋아했다면... 이제는 책을 읽는 동안이나 읽은 직후에만 드는 감정, 느낌 혹은 생각을 비루한 문장이라고 조금씩 남겨두고 사람들과 조금씩 공유하고 싶어졌다. 

 

엄마의 말뚝은 자신의 얘기이자 엄마의 얘기다. 시골에 살던 나는 엄마와 할머니의 손을 잡고 대처로 나온다. 때는 일제강점기. 엄마는 오빠와 자신을 그저 시골떼기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대처에 말뚝을 박아나간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같은 광경을 보았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오른다. 

 

소설속에 작가와 처음 와서 살았다던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매동국민학교, 인왕산 등 서울을 잘 모르는 내게도 친숙한 지명들. 기억 속의 이름들을 보니 반가웠다. 허병두 선생님의 서문처럼 문학이란 영혼이 푸른 시절에 읽으면 더욱 좋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다시 읽는 문학도 좋다. 나는 기억조차 아련한 어릴 적의 기억을 하나씩 찾아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으로 앞으로도 계속 다시 읽기를 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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