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um 2023. 5. 29. 11:24

조남주 (2022). 서영동 이야기, 한겨레출판.

2023-30

5/25~5/29

 

제주 여행에 동반했다. 들고 다니기 딱 좋은 무게감이었으므로. 지난겨울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 입고된 줄도 몰랐다. 황정은 소설가의 책을 찾다 우연히 발견했다. 연작소설이라는 것도 흥미롭고. 과연 첫 모티프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도 그러하지만 생각해 보면 바로 옆에 살지만 이웃이라고 하기도 어색하고, 마을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동네라고 부르긴 더욱 애매모호한 21세기 우리들의  얘기들.

 

첫 번째 소설 <봄날아빠를 아세요?>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떠도는 공간. 정보는 넘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쉽게 자신의 생각을 저버리게 하는 모진 컴퓨터가 만든 세상. 내게 악플을 다는 사람이 혹시 내 이웃은 아닐까 싶어지고, 가슴을 울리는 얘기들은 혹시 누군가의 실제가 아니라 그저 지어낸 얘기 일지도 모르는 불안한 세상.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그 세상 속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니... 거기에 어떤 얘기가 떠돌고, 그 얘기에 사람들의 반응마저 만들어내는 또 다른 말들. 그래서 아파트 시세가 만들어지고, 정책이 결정되고,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덕분에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니... 거기에도 가족이 있고 관계가 있고 이익이 있어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생각들이 생겨나 소설이 생명을 얻게 되었다니.


아파트 경비에 대한 갑질, 마음이 아픈 아이의 엄마가 궂은일을 나서서 해야하는 이유, 자수성가한 아빠가 결국 아파트 투기의 전형이었던 것을 알게 된 딸, 치매노인 시설을 혐오시설로 무작정 반대하는 사람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가족, 학력 지상주의 세상에서 제대로 된 직업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은 청춘. 

 

 

이런 주제들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이웃들의 얘기. 거기가 서영동이다. 서영동은 동변동이자 삼계동이고, 강남이자 수성구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이 순간 모든 동네이다. 작가가 그러하듯 어울려 살면서도 사실은 무척 어렵고 괴롭고 부끄럽기 그지없는 우리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