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Jeeum 2023. 10. 9. 21:30

김연수(2015).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문학동네.

 

2023-53

10/9~

 

읽은 다음 바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알면서도 정리를 미루다 더 이상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촉박함으로 짧게나마 정리해 본다. 오래간만에 김연수 작가의 책을 읽었다. 역시 깊은 느낌을 주는 필력을 가진 작가이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입양아> 스토리는 너무 많아 식상하기 쉬운 주제가 아닌가 하는. 다시 가만 생각해보면 사람의 수만큼 사연이 존재하고 사연의 양만큼 크고 작은 얘기가 넘쳐나는 것이 인간의 역사 아닌가. 그중에서 입양이란 경험으로 태어난 곳을 떠나 생김새마저 다른 곳에서 성장해 온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얘기들이 존재할까 싶은. 때문일까. 엄청나게 많은 소설들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카밀라 포트만, 카밀라라는 이름에서 동백이 연상된다. 에릭과 앤을 부모로 가진 그녀는 입양아. 엄마 앤이 죽고 혼자 살던 아빠 에릭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어릴때 살던 집에서 카밀라의 물건들이 6개의 상자로 그녀에게 온다. 엄마 앤은 카밀라의 물건들은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남자친구 유이치가 권유한 대로 물건을 하나씩 뒤져보며 카밀라는 기억을 더듬고 그걸 자신의 얘기로 글로 쓴다. 그 들을 통해 작가로서 입문한다. '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여섯 상자 분량의 입양된 삶'

 

그 상자 속에서 나온 사진 한장을 갖고 엄마를 찾으러 한국으로 온 카밀라. 원래 자신의 이름이 정희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은 나은 엄마는 정지은. 정지은은 보수적인 지역에서 아빠와 오빠와 사는 평범한 문학소녀였지만 아빠를 잃고 아이를 낳고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컴컴한 바다에  잠긴다. 

 

엄마의 소녀시절, 그 시절 엄마의 안타깝고 불행했던 가족사.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오해와 오해들 속에 엄마의 인생이 꼬이고 결국 죽음으로 바다에 묻힌 사연들.

 

작가는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사연이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 

 

그래서 모두 생각해 봤으면 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나의 일은 무엇일까. 거기에는 어떤 빛깔의 심연이 있을까. 그래서 결국 닿지 못했던 인연이나 숨겨진 사연들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