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2020). 아랑은 왜. 복복서가.
2024-12
2/24~
세상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재밌다고 하는 책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재밌는 법은 없다. 쾌락독서의 문유석이 그렇게 재밌다고 추천한 <아랑은 왜>도 마찬가지다. 기대만큼 흡인력이 없다.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165쪽의 얇은 분량인 데다 재밌기까지 하다면 그저 서너 시간이면 완독 하겠다 싶었다.
그러나 나의 읽기는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논픽션을 읽다 보면 흥미진진 소설이 고파진다. 잠시 이야기꾼의 얘기 속을 돌아 나오면 다시 논픽션을 읽는 맛이 생긴다. <아랑은 왜>에 대한 나의 기대가 그런 것이었다. 읽다가 말겠다 싶었다. 덮어놓고 그냥 버려두려다 혹시나 해서 다시 읽었다. 근데 야금야금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줄까지 그어가며 읽는다. 이제야 추리소설의 맛이 난다.
역시 독서도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다. 이런 탓에 내가 힘들어도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것이다. 어제 읽기를 멈추고 서가 속으로 처박아두었으면 오늘의 이 맛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지 않는가.
우리가 아는 밀양 아랑의 얘기를 추리소설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작가의 썰에 일단 경의를 표한다. 읽고 난 소감은 완독 이후에 다시 정리해 보기로 한다. 하하하
전설이란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얘기이다. 누군가는 입으로 누군가는 글로. 듣고 말하는 소통의 고리가 이어질 때마다 얘기에는 살이 붙고 진화해 나간다. 작은 호기심에 살을 붙이기 시작한 얘기는 진짜가 되고 사람들은 진리라 믿는다. 그것에 시간이 다가서면 전설이 되고, 문화가 되고 때로 역사가 되기도 하나보다.
본격적인 얘기꾼인 소설가가 민중에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 결국 이런 <책>의 모양을 하고 제대로 된 하나의 <얘기>가 창작된다. 처음에는 밋밋하게 다가오더니, 중간쯤 난데없는 박진감으로 사람을 휘어잡았다. 종국에는 "역시! 김영하"라고 감탄사를 뱉고 말았다. 충분히 끝까지 읽을 이유가 있었다.
모든 이야기꾼들은 '징검다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징검다리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