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2022). 급류, 민음사.
2024-30
5/30~6/1
아침 독서. 창밖으로 하루가 밝아온다. 부쩍 새가 많아졌다. 오피스텔 10층 창으로 도시의 건물들이 가득하다. 건너편 건물 옥상 모서리에 까마귀 한 마리가 아슬아슬 앉아있다. 앉아있는 모양새가 위험하기 그지없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불안하다. 쳐다보는 인간인 나만 그런가 보다. 날개 달린 새는 전혀 불안하지 않아 보인다. 대견하다 싶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자칫하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듯한 곳에서 오히려 균형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한번 급류에 휩쓸리면 빠져나오기도 어렵지만 빠져나온다고 해도 오래 상처가 남아 나머지 삶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누구 잘 알고 있다.
문득 인생을 살다, 예기치 못한 급류에 휘말린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소용돌이여서 소용돌이에 빠졌을 때 우리들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걸까. 누군가의 인생을 휘몰아치게 만든 급류는 가까운 누군가의 실수나 시행착오로도 야기되는 것임을. 그래서 삶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지극히 불완전하고 불안한 것임을. 그것이 우리들의 운명인 것임을.
도담과 해솔. 도담과 해솔의 이야기를 활자로 읽으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8세 소년과 소녀가 첫사랑을 느낀다. 아픈 엄마를 병원에 두고 또 다른 사랑에 빠진 아빠. 아빠는 늘 사람을 구하고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는데 그런 아빠와 해솔 엄마의 부정을 목격한 것도 모자라 눈앞에서 둘은 강에 빠져 죽었다. 원수지간이 된 둘은 헤어지고, 상처투성이로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났다. 아물지 않은 자신들의 상처를 안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할퀴고 싸우고 사랑하다 다시 헤어진다. 도담은 물리치료사, 해솔은 약대생이었는데 아빠와 같은 소방관이 되었다. 소방관 해솔은 모두가 말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을 목숨 걸고 한다. 아빠처럼 슈퍼맨 소방관이 된 해솔과 체념에 돌입한 도담이 재회한다. 서로가 안고 살았던 상처. 건드리면 터지고 아파할 것들을 입에 담지 못하고 살던 병든 청춘. 지독하게 사랑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고. 그들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성장소설인 줄 알고 냉담하게 읽다가 영화같은 얘기 속으로 빠져들어 단숨에 읽고 만다. 사회적 작은 소용돌이 속에 나도 빠진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때문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불편하다. 불편하지 않은 삶을 원한다. 힘들다.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