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최진영(2023). 단 한 사람, 한겨레출판사.
2024-31
6/4~6/12
활자의 양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최진영의 소설은 언제나 그랬다. 평범하지 않은 모티프와 사건, 구성과 인물. 이해하려고 들 때마다 어긋나 버리는 세상처럼. 내 맘대로 비유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다. 그래서 여전히 알지 못한 채 끙끙거리느라 시간이 들었다. 읽기를 마무리 짓는 일에.
나무는 생명을 살린다고 했다. 나무는 그런 존재라고 은근히 믿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무가 사람을 살리는 일에는 죽음이 늘 함께 했다. 나무는 사람을 살리고자 했지만 한편 사람은 기를 쓰고 죽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나무든 사람이든 생명을 구하는 일은 언제나 버겁다.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다시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해야 한다. 이 세상의 구조가 그렇다.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어려운 세상이다. 잘 죽어갈 수 있는 것의 의미. 나는 이 소설에서 늘 생각했던 숙제를 다시 확인했다.
장미수는 신복일과 결속하여 다섯 사람을 낳았다.
그들의 이름은 일화, 월화, 금화, 목화와 목수.(25쪽)
신화의 시작인 줄 알았다. 신들의 가계를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결속하여'란 단어가 묘했다. 자녀들의 이름이 범상치 않았다. 거대한 서사가 시작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
목화는 생각했다.
그건 바로 지금의 삶.
목화는 원하는 삶 속에 있었다. 다시, 목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죽음.
임천자가 수없이 연습한 것처럼 신목화도 매일 준비하고 싶었다. 멀리서 죽음의 실루엣이 보이고 차차 선명해질 때, 당황하지 않고 의젓하게 그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마음 깊이 그리워한 친구를 만나 듯 진심 어린 포옹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 육신에 편안한 표정을 남길 수 있겠지. 되살리지 않아도 좋을 죽음 또한 많이 목격했다. 목화는 그들의 마지막을 기억했으며 그와 같은 죽음을 원했다. 그러므로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사소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것은 목화가 원하는 삶,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처럼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었다. (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