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작별하지 않는다

Jeeum 2024. 9. 23. 11:24

한강(2021). 작별하지 않는다. 문동.

 

2024-53

9/18 저녁 ~ 10/1

 

한가위 다음날도 베란다는 여전히 화끈거리는 열로 가득하다. 뜨거움에 몸부림치며 타들어가는 이파리들을 본다. 에어컨을 틀고 시원한 곳으로 숨고 싶다. 그러다 괜히 우울해져 타들어가는 제라늄을 만져본다. 우울증이다.

 

출근하면 종일 화가 났다가 집으로 오면 무력해지는 내가 있다. 야금야금 술을 마신다. 이제는 약해질대로 약해져 맥주 한캔이면 뻗어버리면서, 더워서인지 화가나서인지 우울해서인지 펼쳐논 책 한쪽 읽기를 마무리 못하고 딴짓을 한다. 어떻게 하면 혼을 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지만 방법이 없어 무력하다.

 

여전히 더운 날에 읽기 시작하여 시원해지기 시작하던 날에 읽기가 끝나다.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혼란을 책으로 위로 받았던 날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역사 속 - 우리의 역사이면서 또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 - 의 사람들의 고통에 이입되어 고통을 서술하고 속삭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강에게 역사적 인간이란 혈욱도 지인도 아닌 사람의 굽은 허리에서 그가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을 상상하는 존재다. 수많은 결속으로 만든 텅빈 공간, 이른바 눈송이의 구조는 공유하고 공존하기 위한 결속이자 타인의 넘치는 고통을 내 쪽으로 받아 삼키는 결합이며 싸워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가짐으로써 없애는 극복이다.(박혜진 비평집, 2022, <인간이 결속하는 방식은 눈송이>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