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정은(2018). 산책을 듣는 시간, (주) 사계절출판사.
2024-67
11/27~
이미화의 <수어> 77쪽 [왜 내가 그걸 원할 거라고 생각하죠?] 편에 나온다. 청각장애 수지와 시각장에 한민. 안내견 마르첼로. 각자의 보폭으로 침묵의 세계와 흑백의 세계를 오가며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문장을 읽고 바로 책을 검색했다.
청각장애 수지가 엄마에 의해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지만 이전의 고요를 되찾고 싶어한다고. 인공와우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가 상상했던 것이 아니라 타격에 가까운 소음. 이게 소리라면 듣지 않는 편이 낫다고. 불완전한 소리의 세계보단 완전한 고요 속에 살고 싶다고 수지는 생각한다.
검색을 통해 도서관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바로 주문했다. 충격이자 어지러움이 일었다. 변화는 충격으로 부터 온다. 충격이 안정으로 변화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니 어째튼 빨리 읽고 싶었다. 지수는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해왔던 일들.
왜 내가 그걸 원할 거라고 생각하죠?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술을 감당하면서까지 듣기를 희망하는 건 아니라는 것, 수술을 받은 사람 모두가 소리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장애를 치료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해결책을 강요하는 것 또한 차별이라는 것. 내가 속한 사회의 값을 기준으로 그보다 덜하거나 더하면 완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민과 수지가 걷는 산책길은 그 자체로 완전한 세상이었다. 불완전한 건 나의 인식 수준이었다. 오디즘은 선량한 얼굴을 하고 내 안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