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um 2025. 1. 31. 12:54

메리 올리버(2012) 민승남(2020). 천 개의 아침, 마음산책.

 

2025년 아홉 번째 

1/19~

 

2022년 제주 한 달 살기 동안 많은 제주 동네책방을 들렸다. 종달리 소심한 책방에서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꾸러미를 선택했다. 그것이 노란빛 종달리와의 인연으로 남을 거니까. 그렇게 만난 것이 시집이어서 실망했지. 왜냐면 시집을 그다지 읽지 않으니까.  시를 귀중하게 여기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여전히 난 시를 잘 모른다. 지론대로 하자면 모를수록 자주 읽어야 하지만 여전히 그러질 못한다. 

 

거실 한편 서가에 꽂아둔 시집을 1월 어느 날 발견했다. 바닥 가까이 놓여있던 책이어서 손이 가질 않았다. 19일 일요일 아침. 아마 전날의 피로가 쌓여 미미적 거렸을 것이다. 지쳐서 낮게 누운 시선 속으로 들어온 책이다. 

 

뒤쪽의 김연수 작가의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건 완벽한 단 하나의 세계다.

우리는 저절로 아름답다.

뭔가 쓰려고 펜을 들었가다 그대로 멈추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그냥 홀러 가는 대로 내버려 둔 채,

다만 우리 앞에 펼쳐지는 세계를 바라볼 때,

'몇 송이 백합 혹은 굴뚝새 혹은 신비한 그림자들 사이의 송어, 차가운 물, 거무스름한 떡갈나무'는 지금 이순간 완벽하다.

이게 우리에게 단 하난뿐인 세계라는 게 믿어지는가?

난 믿어진다.

이책에 실린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며,

메리 올리버처럼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으니까. 이건 완벽한 단 하나의 세계다. 

이건 완벽한 단 하나의 세계다. 이런 세계 속에서는 우리 역시 저절로 아름다워진다. 한 줄 한 줄 따라 읽는 동안 생각의 쓸모는 점점 줄어들고, 심장의 박동은 낱낱이 느껴지고, 오직 모를 뿐인데도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천 개의 아침

 

밤새 내 마음 불확실의 거친 땅

아무리 돌아다녀도, 밤은 아침을

만나 무릎 꿇으면, 빛이 깊어지고

바람은 누구러져 기다림의 자세가 

되고, 나 또한 홍관조의 노래

기다리지(기다림 끝에 실망한 적이 있

었나?)

71쪽

 

난 결심했어

 

난 산속에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어,

추위와 정적 속에서 평온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저 높은 곳에,

그런 장소에서는 계시를 발견할 수 

도 있다고 하지. 정신이 추구하는 걸,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느끼게 될 수고 있는 곳, 물론

천천히. 난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냐.

 

물론 그와 동시에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머물 작정이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

89쪽

 

 

하나의 세계에 대한 시

 

오늘 아침

아름다운 백로 한 마리

물 위를 떠가다가

 

하늘로 날아갔지

우리 모두가 속한

하나의 세계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다른 모든 것들의 일부가 되는 곳

 

그런 생각을 하니

잠시

나 자신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져.

35쪽

 


 

 

1월 동안 새로 산 만년필로 매끈한 종이에 천천히 느긋하게 소리 내어 읽고 썼다. 하루에 하나 혹은 여러 편의 시들을. 그리고 좋았다. 시어는 특별했다.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메리 올리버처럼 바라보는 법이 있다고 느껴졌다. 메리 올리버는 77세에 <천 개의 아침>을 출간했다. 나는 77세가 되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녀처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2월에는 이윤정 샘이 그토록 사랑하는 류시화 시인의 시도 다시 한번 찬찬히 읽고 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