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엄마 의자에 앉아요

Jeeum 2020. 2. 26. 18:40

건너편 아파트에 확진자가 생겼다고 단지내 방송이 나온다.

오늘은 종일 집에서 머물렀다.

증가하는 숫자를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하루가 저문다.

비가 갠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인데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3월이 가까우니 해도 길어졌다. 여섯시 반이 가까운데 아직도 먼하늘에 빛이 남아 있다.


뉴스를 보다 베란다에 나선다.

환자가 발생했다는 아파트 동이 보인다.

얼마나 걱정일까? 우왕좌왕 하는 가족이나 이웃들이 보이는 듯하다.

심하지 않았으면, 빨리 나았으면, 주변 친구들이 아프지 말았으면,

누군가도 그 종교가 아니었으면~~


엄마 의자에 앉아본다.


어지러운 세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이쁜 꽃들이 가득하다.


덴드롱

슈클라멘

베고니아

이젠 나무 가지를 안고있는 늙은 제라늄까지

풍성한 꽃이 피었다.

구석에 뒹굴거리나 이름모를 난과 어수선한 수선화까지~








엄마 의자에 앉아

엄마가 사랑하던 꽃들을 보니

엄마가 그립다.

또삐도 보고싶다.

완전히 어둠이 내렸다. 이젠 또 저녁 그리고 밤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베란다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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