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eum 2025. 2. 28. 10:36

명칭이 무엇이든 찾는 이 거의 없는 이 공간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나만의 공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름조차 얼굴조차 스친 바 없는 이들이 간혹 들린 흔적이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나는 이 공간에 일상의 흔적을 많이 흘리고 있다. 가끔 우연히 들리는 누군가를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저 지금을 어떻게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지나고 있는지 그저 담담하게 챙겨두고 싶다. 

 

공간의 명칭을 바꿨다.  2025년 1년을 기록해보기 위해서다. 긴 글일 필요도 없다. 때로 무람하지만 끄적이고 싶어질 때, 때로 꼭 남기고 싶은 일이 생길 때, 그런 2025년 1년을 기록해보고 싶어서이다. 2026년 오늘까지.

 

2025.2.28 금 10:33~

 

개학전 마지막 금요일. 입학식에 불려 나왔다. 오고 싶지 않았다. 사유서 운운 하지 않았다면, 의미 없이 사유서를 쓰고 싶지도 않고 사유서에 의미 없는 문장을 남기는 것도, 남기느라 시간을 쓰고 싶지도 않아 대신 신학기 준비하러 소풍을 나온다는 마음으로 도시락까지 싸들고 왔다. 불려 나온 것이다. 더 이상 내게는 신입생이 없다. 신입생이 없는 입학식에 학위복까지 갖춰 입고 싶지 않다. 신입생이 그득하던 날을 생각하며 우울하고 싶지도 않다. 시간은 상황을 바꾸고 바뀐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일이 필요한 때이다. 나는 적응하고자 노력한다.

 

2025. 2.28 금 14:34~

 

늦잠을 자느라 아침독서를 못해 책을 들고 왔다. 책을 읽고 싶은데 전혀 읽지 못한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꽃집에 들렀다. 헤어지기 서운한 그렇지만 언제나 응원한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학교를 떠나는 마음이 궁금하다. 그의 일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의 생각 속에 있고, 정작 당사자와는 무관하다. 혼자 이렇게 생각한다. 싱숭생숭해한다. 하루가 나른하고 피곤하게 흘러간다.  

 

2025.2.28  금 13:20~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필사한다. 불현듯 생각났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퇴임하는 분의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그리고 매일이 새로운 길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