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박완서(2024),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세계사.
2025년 열아홉번째
3/17~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2024년 버전. 박완서 작가의 따뜻하고 품격 있는 언어가 생각나 신착도서 코너에서 빌려와 묵혀두었다(내가 책을 묵히는 대부분의 이유는 소설 때문이다. 에세이나 인문학 도서를 읽다 호기심이 드는 소설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먼저 읽는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일단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그게 잘 안된다).
생전 작가의 모습과 사용하던 물건들이 사진으로 실려있어 좋았다. 작가의 얼굴은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엄마니까. 짧은 머리, 입고 계신 옷차림, 주변인들에 대한 다정하고 따끔한 말과 시선 모두가 나의 엄마를 닮았다.
그러나 엄마에게도 젊은 날이 있었다. 중간즈음 딸을 안고 찍은 어린 엄마의 모습. 또렷한 눈과 코 그리고 입, 한복을 입은 어린 엄마의 약간 당차고 자신 있고 새침해 보이는 모습. 한옥 거실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딸들. 사진을 보며 괜히 울컥했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1977)>는 시간이 지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로 재출간되고 다시 2024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들 곁으로 왔다. 대부분의 글은 70년대에서 90년대에 쓴 글들이다. 변화의 속도가 번개 치듯 흐르는 세상에서 당시의 글은 공감이 가는 부분과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몇천 년을 두고 아주 천천히 변화한다고 믿고 싶은 나는 작가의 40대와 60대 사이에 글에서 나의 10대와 20대를 본다. 그때 나의 엄마들이 똑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보며 키워주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사랑을 무게로 안 느꼈으면 했지만 요즘 나는 간혹 사랑도 무게로 느꼈으면 싶은 생각을 한다. 남녀 간의 사랑이든, 가족 간의 사랑이든, 아니면 인간이 아닌 무엇인가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이 너무 쉽고 단순하고 말초적인 욕망처럼 취급되는 것을 보며 우리 모두 누군가가 내게 주는 지극한 사랑이 모습이 달라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식했으면 싶고, 사랑하는 자도 사랑받는 사람도 사랑의 무게를 느꼈으면 하고, 누군가의 사랑의 행위가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한 행위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