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수필집 꿈 찾아 가는길^^

Jeeum 2020. 4. 12. 17:17




수지(수필과 지성)에서 동기로 만난

그 모임 최고의 글쟁이....

최성규 선생님의 첫 번째 수필집


최성규(2020). 꿈 찾아 가는 길, 북랜드


첫 수필집이 모두 350쪽이다.

5개의 주제로 나뉘어 글이 모두 101개이다.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말하나마나 그만큼 수필의 기초체력, 내공이 풍부했단 얘기다.

존경합니다^^


2019년 봄, 수필과 지성 26기 동기로 만난 최선생님은

매주 과제로 제시되는 글제에

누구보다 가장 먼저, 가장 뛰어난 글을 제출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수필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연에 대한 섬세한 사랑을 가진 분이고,

IMF 시대에 잘나가던 직장에서 조기 명퇴하는 어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지고 당당하게 걸어나오신 분이다.

글에 그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첫째,


평소 선생님이 늘 강조하던 대로 자전거의 속도가 인간의 속도라고 말한다.

그게 자연스런 속도여서 자전거를 타면서 만나는 모든 것이 그에겐 글제가 된다, 

4대강(??) 자전거길, 제주 자전거길, 그때마다 만나는 꽃과 나무와 바람과 곤충 등등

자연에 대한 관심과 해박한 지식이 넘쳐난다.

풀과 식물의 이름을 모를 때 나는 이분에게 묻는다.

그럼 머뭇거림없이 답이 바로 나온다.

평생 친구 하자고 꼬시고 싶은 분이다. 

 


72쪽, 개망초의 재발견


코스모스나 유채꽃 단지를 일부러 조성하여 사진들 찍고 난리던데, 개망초 군락지는 왜 거들떠 보지도 않는가?

작고 앙증맞은 희 꽃들로 오롯이 뒤덮인 다랑논도 그에 못지 않았다.

열린 마음으로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둘째,

선생님이 보는 자연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향에 대한 그림움이 가득하다.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만 자란 나같은 범생이의 건조한 사고로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배경이다. 

경주가 고향인 선생님이 무척 부럽다.



159쪽, 뿌리


생명이 없어지면 매미나 사람이 똑같다. 이미 흙으로 변한 육신에 영혼이라도 존재할까?


과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혼은 후헤세 이동하여 미미하게나마 존재하지 않을까?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고, 나는 아버지를 닮았으니 할아버지의 영혼이 나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55쪽, 할머니와 바늘


바늘에는 할머니의 숨결이 베어있다. 엄지를 콕 찌르기만 해도 몸이 가뿐해지는 요술 방망이다.

할머니의 간절함이 엄지 손가락에 전달되어 나를 낫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 정성이 내 몸속에 스며들어있다. 이제 나는 체하지 않는다. ~~~ 

바늘로 전해지는 할머니의 온기는 따뜻하다.  



33쪽, 곁


친해진다는 건 서로 마음을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곁을 내어주고, 꽃도 곁을 내어 준다.


감꽃도 자세히 보면 깨끗하고 예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순미가 돋보인다. 영글어 가는 감에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순박하고 희생적이다.

속이 뻥 뚫려 속내를 숨기지도 못한다.

감꽃같은 사람에게는 더 잘해 주리라.


집에도 감꽃 하나 있다.


이 글은 2020년 2월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작이다.

수필집 <꿈찾아 가는 길>은 등단후 첫 작품집이 되는 셈이다. 



셋째,

1955년생 그 시대의 남성다운  강인함을 가졌다.

그 나이의 남성이 모두 그러하듯 늘 말은 무심하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은 꾸미지 않는다.

꾸밈이 없는 글은

 소리내어 읽으면 나름의 리듬이 있다.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내어 읽으면 더욱 좋다.


마치 햇살좋은 날,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느끼듯이~~



90쪽, 서리


풀꽃은 서리로 맷집을 키운다.

수도 없이 맞으면서 단단해진다 .

과 바람을 견뎌내고 난 뒤에야 비로소 꽃을 피운다.

겨울을 견디는 힘의 원천은 희망이다.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다.

예쁜 꽃을 피울 것이라는 희망이다.

강렬한 희망은 좌절하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자연은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있다.

얄팍하지 않다.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지 않은가?


넷째, 외모와 다른 선생님 만의 감성이다.

시선이 섬세하다.

따뜻하다.




 307쪽, 엄마 집에 가자


엄마!

인자 고마 집에 가자.


빈마당에 엄마 심은 채송화 곱게 피었다.

엄마 집에 가자.


엄마 앉을 의자 그대로 있다.

엄마 집에 가자.


내년 봄이면 남산에 고사리 뜯으러 가자.

진달래 곱게 뜯어 떡도 해 묵자. 우리.


뒷밭에 상추도 심어야 하잖아.

고추도 심고 호박도 심자.


엄마!

퍼뜩 일어나라 인자.


엄마!

내 차 타고 집에 가자.



소리내어 읽다가

나도 엄마가 보고싶어 엉엉 울었다.


마지막으로 글쓰는 선생님의  자세가 잘 드러나 있다.

나도 닮고 싶다.



163쪽, 흑구문학관과 보리


몇 번을 다시 읽게 만나는 글을 오랫만에 만났다.

 요즘 수필의 천편일률적인 사정사는 어느 한구절도 없었다. 그저 보리로만 글을 완성했을 분이다.



톡 쏘는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었다.

이런 수필이 제일 좋은 수필 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어진다.

아직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최성규 선생님의 수필집 <꿈을 찾아 가는길>의 주제가 너무 방대하여

나름 읽을면서 줄을 그은 부분들을 작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

기회가 되면 다시 정리해보고 싶다.


COVID 19 때문에 수필과 지성도 개강이 늦춰지고 있다.


선생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고

조만간 두번째 수필집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