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윤고은 작가처럼 80년대생 젊은 작가
정세랑
꽤 인기가 있다는 말을 듣다가,
신착코너에서 작가의 이름을 보았을 때
작고 얇은 볼륨에 줄어준 부담으로 일단 들고 왔다.
제목이 특이하지 않은가?
지구??
뒷편에는 외계인이 보고싶다는 말도 있고
이거 혹시 SF 소설인가? 그럼 별론데~
금요일 저녁, 온라인 강의 제작에 지쳐 펼쳐 들었다.
정세랑(2019). 지구에서 한아뿐, (주)난다.
소리도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
한아는 우주에서 공인되지 않은 화폐를 가진 별, 자각은 없긴해도 알고보면 이토록 가난한 변방의 별에 태어난 것이 새삼스러웠다.
마찰음이 유난히 많은 그들만(외계인? 역시 이렇게 쓰니 품위가 없어지네.)의 언어로 흥분해서 떠드는 외계인들을 지켜보는 건 흐믓했다.
좋은 지구 민박집 주인
당분간은 그 이상도 이하도 되고 싶지 않않다.
<경민이 우주로 보낸 최신 지구 정보>
론리플래닛
솜사탕 기계
<한아의 드레스 만들기>
한아는 일을 하다가 짬짜미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표백을 하지 않은, 그래서 눈이 시린 하얀색이 아니 따뜻한 미색의 원단을 바탕으로 애틋한 손님들의 옷에서
떨어져나온 흰색 계통의 자투리천들이 들어갔다. 한아는 11월의 바다처럼 짙은 코발트색 실을 썼는데 그로써
드레스 하나에 새로운 것, 오래된 것, 빌린 것, 파란 것 모두가 들어간 셈이었다. (한아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들)
우와!
이건 완전 드라마다.
한아와 경민
그리고 경민의 육체를 빌리고 있는 외계인
그는 우주의 한 행성에서 한아를 지켜보다가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를
엄청난 빛을 져가면서 지구로 왔단다.
둘의 사랑
그리고 삶의 이야기
재밌다.
그냥 스토리가 기발해서 통통 튀어서 재밌다.
대학생들이 어린 친구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듯하다.
2085년 한아는 죽는다.
늙지 않는 외계인 경민은 외피를 바꾸어 그녀를 보낸다.
절친 유리부부가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곳에서
젊은 한아를 기다린다.
인간의 삶은 유한해서 순간의 삶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하곤 한다.
근데 이게 뭐지?
외계인이라도 좋다.
경민과 같은 남자를 만나서 살고 싶다.
하지만 죽지 않는 삶,
끝이 없는 삶이 과연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