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햇살 와랑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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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곁에서

2026-78 신경숙(2023). 작별 곁에서, 창비11/5~ 저자의 비교적 최근작. . 어떤 작별을 관찰했는가. 그 작별 속에 개인이 있는가. 무리가 있는가.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자의적, 선택적, 일방적, 자연스러운, 무의식적 작별 등등 어떤 사연의 작별이었는가. 이 세상에 작별이 없는 영화가 없고, 소설이 없고, 인생과 사연은 더욱 없다. 그저 그 작별 속에서 혹은 곁에서 그저 받아들이거나 저항하다 힘이 빠질 뿐이다. 1. 봉인된 시간 독수리는 하늘에서 칠십년쯤 산다고 하네. 조류 중에서 인간의 수명과 비슷한 건 독수리뿐이지 않을까. 무리를 이루지 않고 홀로 하늘을 날며 날쌔고 힘차게 사냥을 하는 독수리지만 삼십 년쯤 지나면 노쇠하여 부리가 구부러지고 발톱이 뭉개진다네. 뿐인가. 구부러진 ..

깊은 슬픔

2026-77 신경숙(1994, 2006). 깊은 슬픔, 문학동네.10/27~11/5581쪽 긴 소설신경숙 장편소설 도장깨기 신경숙 작가의 첫 장편소설 은서, 완, 세의 얘기은서와 동생 이수의 이야기은서와 엄마의 이야기 서로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은서, 끝내 죽을 수 밖에 없던 은서. 은서의 잔인한 선택에 아침부터 눈이 뜨거워져 있다. 비가 온다, 종일 은서를 생각할 것 같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마음끼리 보태져서 할 일이 있을 텐데...... 서로 돋아나게 하고...... 살고 싶게 하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한 건 그러기 위해서였는데...... 왜 그렇게 멀어지기만 하는 거지? 왜 내가 곁에 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지? 내가 무얼 잘못 했어?(131쪽) 그들은 강변으로 올라가 택시..

그 여름의 끝

2026-76 이성복(1990). 그 여름의 끝, 문지. 드라마 '화양연화'를 다시 봤다. 재현이 지수에게 주고, 지수가 다시 재현에게 건넨 시집. 내 손에 시집이 도착했다. '그 여름의 끝' 나의 화양연화에는 언제나 형이 존재했다. 지수에게 재현이 있던 것처럼 내게는 형이. 그들의 만남과 다르지만 스무 살이었던 시절부터 세기가 바뀔 때까지 내게도 여전히. 꽃이 되는 순간, 꽃이 되는 우리의 얘기들. 그렇지만 드라마에서 시집을 다시 접했을 때, 나의 뇌지도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화양연화는 아니었어도 이 여름 불과 3개월 나를 행복하게도 아프게도 했던 이름이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가는 시간에 굳이 시집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마지막 한자 '끝' 때문이었다. 지금과 같은 혼란은 이젠..

비가 오고 있었다

12시에 잤다. 5시 반의 알람을 무시했다. 눈을 뜨니 6시였다. 침대 속에서 몸을 늘리고 뒤틀어 밤의 기운을 몰아냈다. 여전히 어두웠다. 비가 오고 있었다. 우울한 날들에는 비가 어울린다. 밖으로 향하던 마음을 내 안으로 되돌리는 데도 비는 적격이다. 멀리 팔공산이 보이지 않는다. 흐리다고 생각할 때는 분명 흐렸는데,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나니 비가 산과 나무를 가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역시 현실주의자이다. 사실이 생각을 지배한다. 어제 오랜만에 밭일을 했다. 비가 오니 다행이다 싶다. 괜한 일에 마음이 흩어져 밭을 등한시했다. 씨를 뿌린 사람의 무심함에도 잔뜩 밭을 채우고 있는 살아있는 것들에 미안하고 당황했다. 미루어두었던 고춧대와 가지를 정리하고 그 속에 정령이..

한줄 일기 2026.11.05

일일 다정함 권장량

2026-75 송재은(2026). 일일다정함 권장량, 임시보관소.10/25~10/31 궂은 날씨 속에 여수 여행은 지옥이었다. 날씨가 나빠서가 아니라 마음이 지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생전 처음 발을 딛는 곳이 싫어지는 것도 모두 마음 탓이었다. 굳이 향일암까지 가서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되돌아온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빨리 여수라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던 카페 해가든. 해가든의 창밖에 피어있던 구절초의 따뜻함마저 없었다면 내게 있어 여수는 그지 벗어나고 싶은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거기서 부터 읽었다. 다정함이 간절히 필요했을 만큼 쓸쓸했기 때문이었을까. 느낌표와 물음표의 조합이 비웃음으로 수렴되던 전날밤부터 그렇지 않아도 허약해져 있는 ..

문재인의 독서노트와 뱃길따라 여행스케치

짧은 책 두권 2026-73 문재인(2024). 문재인의 독서노트 평산책방. 10/23 읽기 시작해 읽기 마무리 지었다. 여전히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 소박하지만 햇살 가득한 공간에서 기미 생길 생각을 밀쳐내고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짧은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인 전직 대통령 그가 책방을 한다는 것이 좋고, 그가 추천하는 책의 결이 나와 닮아 좋다. 2026-74김미화(2026) 뱃길따라 여행 스케치, 디쁘. 10/23 김미화 샘 개인전에 가서 오랜만에 샘을 만나다. 전시장에서 팔던 책을 사 왔다. 나이가 들어도 그림에 진심인 여행에 열정적인 샘의 태도에 존경을 보낸다. 삶에 대한 공간에 대한 감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란 이런 것일까 싶었다.

11월 2일

카카오뱅크로 모임통장을 만들다가 화가 치밀었다. 괜한 하루가 이렇게 갔다. 처음 가입할 때 일일한도 200만 원 한도계좌로 설정되어 모임통장을 개설하려면 한도 해제를 위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번거롭게.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 대학 교원으로 공적인 신분에 문제를 가져본 경험이 없다. 근데 계좌의 한도를 모바일로 푸는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기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제시된 여러 개의 서류 중 하나만 제출해도 된다 하여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여기저기 모바일로 컴퓨터로 사이트를 오가며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느라 조금 힘들었다. 시간이 낭비되었다. 건강보험 관련자료를 보냈다. 거부당했다. 헐. 뭐야 휴대폰 대금 납입내역을 보냈다가 거부당했다. 짜증이 분노 게이지를 높였다. 화가 났다..

한줄 일기 2026.11.02

월간 책장 : 10월

1. 신정아(2011), 4001, 사월의 책.2. 신경숙(2001). 바이올렛, 문학동네.3. 은희경(2023). 또 못 버린 물건들, 난다.4. 고명재(2023).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난다.5. 아서프랭크, 메이(2002). 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 책.6. 조해진(2026). 우리 세희, 현대문학.7. 프레드륵 베크만, 이은선(2016).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다산책방.8. 문재인(2024), 문재인의 독서노트, 평산책방9. 김미화(2026). 뱃길 따라 여행스케치, 디쁘.10. 송재은(2026). 일일 다정함 권장량, 임시보관소.11.이성복(1990). 그 여름의 끝, 문지. 인스타 활동을 쉬기로 했다. 소식이 궁금한 분들과는 어떻게든 만나게 될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자..

11월 1일

잘 지내니.어떻게 지내니. 지난 일에 남을 탓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아무튼 나는 너 때문에 물음표와 따옴표를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그것들이 보이면 쓸쓸해져. 언제까지 이럴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래. 흘러가라. 흘러가라. 쉼표와 마침표, 약간의 인용부호만으로 이뤄진 문장은 쓸 때도 이상하지만 눈으로 봐도 어색해. 그래도 아직은 쓰고 싶지 않아. 그 둘이 같이 있는 게 왜 내게 비웃음이어야 했는지, 그 순간 그게 왜 그렇게 크게 보였는지. 그게 너의 의도인지 나의 잘못된 해석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랬어. 이러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겠구나. 읽고 쓰는 것마저 할 수 없다면 나는 안되니까. 효율적으로 사용하던 둘을 잃어버리고 나니 그 두 개의 부호가 매우 중요했다는 것을 알았어. 지나고 난 뒤에..

2026년 일기 2026.11.01

하나씩

"강릉에 살아요." 강릉에 산다는 것을 알았다. 감사합니다. 겨우 작은 한 조각 소식에 닿았을 뿐인데. 왜 강릉이지. 왜 강릉으로 가야 했지. 거기서 어떤 삶을 살고 있지. 왜 강릉이지. "연락처를 알려 주세요. 폐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가 올지, 오지 못할지, 거절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설혹 마지막이라도 한 번은 꼭 보고 싶은데. 봐야 하는데. 그래야 새살이 차오를 수 있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는데...... 마음이란 이렇게 허점투성이지. 싶어 완은 멋쩍어졌다. 닿을 듯 말 듯한 게 무에 좋다고. 닿아서 이렇게 닿아서 곁에 있으면 싱거워지는 걸까?(신경숙, 깊은 슬픔, 123쪽)

한줄 일기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