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햇살 와랑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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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 읽는 1994년의 소설

생각해 보면 1994년의 소설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1992년에서 1996년 햇수로 약 4년. 가깝지만 먼 나라에서 생활했다. 그땐 책을 읽지 않았다. 오로지 공부로만 일관되던 시간이었다. 오로지 공부와 관련된 일본어 책, 논문 그리고 자료 만이 전부였던 시간이었다. 2026년에 1994년의 소설을 읽는 것은 소설 읽기보다 엉뚱한 것에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 30년의 시간 속에 바뀌어 버린 것들. 이제 남아 있지 않은 것들. 잊어버린 습관, 기억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연애, 기다림이 이렇게 달랐다. 쉰다섯이나 쉰여섯을 노인이라 하는구나. 공중전화를 찾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세시에 전화를 하라고 직장으로 전화한다. 그리고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수화기를 들어본다. 출장을 가면 연락이 되지..

흘러라. 흘러라. 그저 흘러라

샘의 이름을 보던 순간. 치솟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문자를 보낼 용기가 사라졌다. 차오를 때를 기다려야 하나. 어쩌나. 용기가 차오르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가 생길 에너지원이 없다. 느낌표와 물음표의 조합은 잔인하다와 비웃다로 수렴된다. 책 속에 부호들이 달리 보인다.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부호들을 써왔는지 이제야 안다. 작은 메모에도 느낌표와 물음표를 왜 그렇게 사용하는지. 느낌표와 물음표를 같이 쓰면 그것이 비웃음이 되는지 그것이 놀림이 되는지 그것이 상처가 되는지 처음 알았다. 상처를 받고서야 비로소 아는 무모함의 메커니즘. 이렇게 되는 게 무서워 평생을 피해 오다 결국 엉뚱한 곳에서 걸려 넘어지고 만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주문만 왼다. 흘러라. 흘러라. 흘러가라. ..

한줄 일기 2026.10.28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2026-72 프레드릭 베크만, 이은선(2016).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다산책방10/20~아직 재밌다. 의미 있다. 도서관 반납 기일에 맞추어 읽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10월 27일 반납한다. 겨울이 되어 지금 보다 더 추워지고, 마음마저 추워질 때 따뜻하지만 당황스러운 그래서 울고 깊거나 웃고 싶을 때 다시 빌려 읽으려 한다.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11쪽) 할머니가 있다는 거 아군이 있는 것과 같다. 그게 손주들의 궁극적인 특권이다. 자초지종이 어떻든 항상 내편이 있다는 것, 내가 틀렸더라도, 사실은 내가 틀렸을 때. 특히.(73쪽) 죽어서 자동차의 좌석이 된 동물보다는 살..

우리 세희

2026- 71 조해진(2026). 우리 세희, 현대문학.10/14~10/19 유니가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삼랑진 그집의 밥이 먹고 싶다고.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그럴 땐 가야 하고 먹어야지. 못 갈 이유가 없지. 기차를 타자고 했다. 편안한 자동차가 아니라 고모가 출근하던 시절에 했던 대로 기차를 타자고. 수담으로 갔다. 여전히 단일 메뉴 9,000원 백반. 왜 그집밥은 늘 맛있는 것인지. 집밥에 허기진 20대와 60대가 배불리 먹었다. 짧은 기차여행에 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만 보고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려니 싶은데 재일 자이니치에 관한 짧은 소설이었다. 세희는 연주의 엄마다. 세희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희 그리고 지금을 사는 딸 연주의 이야기. 그리고 세희를 우리 새희라고 불렀던 사람들..

아픈 몸을 살다

2026-70 아서프랭크, 메이 역(2002). 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 책.10/10~ 최은영작가가 갑상선암을 겪던 자신의 날들을 기록하며 아서 프랭크의 글을 인용했다. 읽으며 분노했었다. 아마 그때가 순천에 두번째 갔을 때였다. 캐빈은 아늑했고, 책 읽기에 좋았다. 책 읽기 좋은 밤에 백지 앞에서를 읽었다. 그녀의 삶의 파고를 함께 타며 읽고 있었다. '암을 부르는 성격'(경악스런 표현이다)이라는 가설에 대한 아서 프랭크의 인용문을 읽고나서, 순천 문화의 거리 책방 서성이다에서 여행을 마치며 마침 나열되있던 이책 '아픈 몸을 살다'를 샀다. 7월에 산 책을 10월에 읽는다. 나도 아프기 때문일까? 몸이 아닌 마음이라도.. 어쨌튼 심장마비와 암을 겪은 저자의 글은 놀랍다. 예전에 '환자의 품격'이..

또~ 못 버린 물건들

2026-68은희경(2023). 또---- 못 버린 물건들, 난다. 10/3~10/10 소설가에게 팬데믹은 작품은 낳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물건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시작된 물건과의 대화는 작가를 기억과 추억 속으로 데리고 간다. 물건을 정리하듯 지난 추억을 더듬고 생각도 정리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정리의 시간이..... 물건들과 함께 작가는 시간을 생각한다. 흘러가버리고 잊고야 마는 시간 속에 만나고 헤어지고 즐거웠던 시간들을. 나도 정리가 필요하다. 가슴 터질 듯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기 위해 정리한다. 옷을 꽃을 쓰레기를 청소라고 한마디면 될 것을 굳이 정리하고 한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버려야 정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되지 않는 것들은 어쩌나. 정리되지 않으면 ..

4001

2026-67 신정아(2011). 4001, 사월의책. 9/30~10/3 10월의 첫 책이 되었다. 엄청났었지. 그 때. 신정아 사건. 책을 냈다는 얘긴 진즉에 들었는데. 읽을 일 없었던 책을 지금 내가 읽는다. 왜. 궁금해졌다. 제 잘난 맛에 사는 독신 여성. 그 여성에 대한 남성중심사회의 잔인한 찝적거림. 혹시 참고할만한 것이 있나 싶었다. 왜 혼자 잘 사는 여자들은 꾹꾹 찔러대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삶에서 여성이 혼자 살기로 선택하면 이상한 것이 되나. 그것이 약점이 되어 정반대의 선택을 한 남성이 그 여성을 만만하게 보고 혹은 만만하지 않더라도 꺽어버리고 싶은 것은 왜 일까? 잠시 그녀의 글을 통해 나의 경우를 비춰보고 싶었다.

9월 월간 책장

1. 김진명(2026). 세종의 나라 1&2, 세종대왕기념사업회.2. 장강명(2026). 서성이다, 현대문학.3. 로버트 제임스 뮐러, 공경희 역(2024).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시공사.4. 시그리드 누네즈, 민승남 역(2025). 그해 봄의 불확실성, 열린책들.5. 조정래(2026). 서리꽃 1&2, 해냄.6. 김지은(2020). 김지은입니다, 봄알림.7. 에쿠니 가오리, 신유희 역(2021). 집 떠난 뒤 맑은( 상&하), 소담출판사. 7종 총 11권의 책을 읽었다. 어쩌다 보니 긴 소설을 많이 읽었다. 아무튼 나는 짧은 글보다는 긴 글을 좋아한다. 세종의 나라도, 서리꽃도 집 떠난 뒤 맑음도 긴 소설이지만 모두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달의 독서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조..

집 떠난 뒤 맑음

2026-64, 65에쿠니 가오리, 신유희(2021). 집 떠난 뒤 맑음(상, 하), 소담출판사.9/24~ 오랜만에 읽는 그녀의 문장. 청아하고 세련된 감성 넘치는 글이기를. 제발.이제 상권을 읽었을 뿐인데. 그녀의 맑고 세련된 글이 좋다. 사촌지간의 만 17세 이츠카, 14세 레이나의 여행. 그녀들의 경우는 어떠할지. 뉴욕에서 출발하여 보스턴, 포트랜드, 뉴햄프셔, 클리브랜드, 시카고에서 상권이 끝났다. 요컨대 이츠카에게는 '바람'이라는 것이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것만 잔뜩 있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그건 몰라도 '싫은 것'만큼은 확실히 안다(그렇다 보니 이츠카가 가장 자주 쓰는 영어 단어가 'No(노)'이다).(20~21쪽) 극장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은 후 노트를 꺼냈다. 해변의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