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어도 여한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젊은 날을 뚫고 조금 번듯한 직업을 갖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나 자신만을 향해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을 넘어서니 늙고 힘없는 부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에겐 제대로 하지 못한 딸이었지만 남은 엄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러고 나니 나도 나이가 들었다. 삶의 고비를 넘고, 나이의 마디를 넘어 이제 낼모레면 육십 대가 된다. 그러니 무슨 큰 미련이 있으랴. 굳이 욕심을 부린다면 좀더 건강한 시간을 갖고 싶다. 아직 건강한 시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스페인이나 영국 같은 새로운 문화 속에서 두근거리고 불안해하면서도 생생한 생활을 하고 싶다. 이런 욕심 외에는 크게 하고 싶은 것은 없다. 아니구나. 한가지 더. 책을 쓰고 싶다. 전공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