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나의 언어

2016년의 기록

Jeeum 2021. 12. 16. 09:44

글쓰기는 창조가 아니라 모방이다. 완전히 새로운 모방. 

 

10대는 해맑음

20대는 혼돈

30대는 막무가내 정열

40대는 찬란 속에 슬픔

50대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머지는 과연 어떨지......

 

오랫동안 같은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다 보면 수많은 사연이 맺히고 맺힌다. 오늘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전설처럼 영근 은행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한꺼번에 수많은 얘기가 허공에 흩어진다. 잠시 후 도착할 낯선 간이역에도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제 모습만큼의 표정을 지닌 사람들이 타고 내릴 것이다.

 

겨울 아침, 움직임을 거부하는 이른 시간. 어제의 피곤이 질질 끌리듯 따라온다. 흐릿한 사각 창 너머 어지러운 바람의 물살의 의지와 관계없이 날아다닌다. 

 

지금 가슴이 울리는 것은 귀로 들리는 음률이 내 조각난 심장과 파장이 맞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늘 여유가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쉬어가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딱 그만큼의 달콤함이 생각나는 이 순간. 유혹을 핑게로 생수가 아니라 설탕 듬뿍 뽀얀 음료수를 집어 든다. 오랜만에 들린 편의점에서.

 

영혼이 동굴을 찾는다. 빨려 들어가기를 원한다. 화들짝 의지가 붙잡아주어 겨우 세상 속에 서있다. 

 

조용한 고장. 청도에 은근한 주광색 불빛을 보며 안타까움인지, 외로움인지, 쓸쓸함인지, 알길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건강한 부모님. 든든한 가족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여 좋았다. 

 

오늘도 부지런히 살았는데~ 가끔 예기치 않게 엄마가 아프고, 그 덕에 하려던 머리 손질을 하지 못하고~ 미루어둔 베란다의 냄새를 바꾸어도~ "목적으로 하는 사물에 억지로 참고 가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랑하게 되면 놀이가 되고 기쁨이 된다"는 시인의 말이 왜 나를 찌를까?

 

바쁘다는 핑게로 책을 소홀히 하고, 생각하는 것을 멀리하고, 생각 속으로 들어가기 매우 어렵고 어색해진 요즘. 조용한 시간에 사고하려면 머리부터 아파오는 듯하다. 뇌가 차있기보다 텅 빈듯한 이 불쾌한 느낌. 뇌와 손이 따로 놀고 있는 듯한 이 느낌.

 

2학기 수업을 일단 마쳤기 때문일까? 해야할 일을 하나 마쳤기 때문일까? 정말 오래간만에 느긋한 일요일을 맞고 있다. 가끔 이래야 한다.  고소한 냄새가 소리 없이 온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고소함을 밀어낸다. 고소함을 움켜잡으려 힘을 써서 노력한다.

 


2016년 1월 27일 ~ 2월 10일  미국

2016년 6월 29일 ~ 7월 2일 타이페이

2016년 7월 27일 ~ 8월 1일 나홀로 쿄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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