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4

함지산 산불

이웃에 불이 난 줄 몰랐다. 연락이 왔다. 서변 산에 불이 났다고. 인터넷을 찾았더니 연기 가득한 화면 속에 우리 집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두렵다. 산불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유튜브 뉴스 속에는 무서운 엔딩 크레딧을 닮은 어지러운 언어가 날아다녔다. 큰 불이 났다는데. 재해로 아파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없고 대구를 욕하고, 대구 사람을 욕하고, 대구가 대구사람이 불에 타 사라져 지길 바라는 악랄한 언어만이 가득했다. 심지어 중국인 방화 같은 맥락과 상관없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언어로 가장한 날카로운 흉기가 숨통을 끊어버릴 듯 달려든다. 왜 모두 이렇게 여기저기 날카로워졌을까. 이런 언어로 무장한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이라고 믿기 어려운데. 하나같이 ..

한줄 일기 2025.04.28

3월의 마치

정한아(2024). 3월의 마치, 문학동네. 3/27~4/12025년 열아홉 번째 책 벽돌책 유발 하라리의 를 읽다가 다소 지루해 감정이 이입될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고팠다. 소설이 고팠다는 말이다. 마침 유튜브에서 따끈따끈한 신작을 출간한 정한아 작가의 소식을 들었다. 작가의 전작 을 매우 재밌게 읽었고, 드라마 도 역시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그랬던 작가의 신작이며, 인문학 서적의 깊이에 물려 시들시들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파고에 맞춤 맞게 나타난 것이 이 소설인 것이다. 하필 제목도 여서 3월이 가기 전에 얼른 읽고 싶었다. 먼저 한줄 평. 기대만큼 좋진 않았다. 그러나 전작 처럼 시각적으로 드라마 영상으로 보면 매우 볼만할 것 같았다. 주인공 이마치 역에 누가 좋을까 생각하며 ..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서령(2019).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푸른 역사. 2025년 스물한 번째 책 어쩌다 김서령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겨울 어디선가 누군가를 통해 김서령의 이름을 들었고 그녀의 책을 2권 샀다. 글쓴이의 소개를 읽고 작가의 유작임을 알았다. 염무웅 선생이 서문에 아름다운 사람 김서령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궁금해 열심히 검색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로 [외로움에 사무쳐봐야 안다, 배추적 깊은 맛을]을 읽었다. 와! 어휘가 고급지고, 문장이 찰지게 맛있는 기름이 발린 듯했다. 그동안 김서령을 몰랐던 내가 부끄러웠다. 좋은 문장이 고를 때 김서령을 읽는다는 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한꺼번에 읽기에 너무 아까워 독서대 옆에 두고 천천히 곱씹어가며 사전을 찾아가며 어휘를 기록하며 읽는다. ..

반짝 반짝 공화국

오가와 이토(2017), 권남희 역(2018). 반짝반짝 공화국, 위즈덤하우스. 4/13~4/192025년 스물세 번째 책 서변숲도서관 첫 방문에서 빌려온 작가의 두 번째 책. '츠바키 문구사'의 속편. 츠바키 문구사는 가마쿠라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었던 작품. 대필 편지, 글씨가 주는 감동, 편지지와 필기구 등 문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소설이었다. 포포(하토코)가 결혼을 했다. 모리카케 미츠로군과 미츠로의 딸이자 포포의 친구인 큐피가 가족이 되었다. 각자의 공간을 지키며 세 사람의 삶을 시작한 이들이 사계절을 지내면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가족 공동체에 관한 따뜻하고 소소한 얘기. 세 사람이 함께 가족으로 동거를 시작하는 츠바키 문구사는 반짝반짝 공화국이다. 포포는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