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뽀시래기 텃밭 일기 31

모종심기 완료

2023년 5월 1일 노동절 휴업일 아침부터 부산하다. 오늘의 마지막 일. 모종 심기 귀갓길에 서문시장에 들러 땅콩 6, 가지 3, 토마토 2, 노각오리2, 들깻잎 한줄 모두 해서 6,000원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텃밭으로 고고 모두 심었다. 밭이 가득 찼다. 대~~~충 이 정도면 너무 충분하다. 이제 잘 가꾸어 주면 된다.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지만 내가 아닌 자연의 자연스런 힘으로 잘 자랄 것이다. 거기에 나는 손을 조금 거들 뿐. 수고해주세요^^ 햇살. 바람, 물, 흙, 이름모를 벌레들 그리고 모든 걸 지키보는 하늘^^♡ 사진을 쭉 늘어놓고 보니 더욱 싱싱한 초록이들 이쁘다^^ #텃밭농사 #노동절 #서문시장

감자심기

지난주 사둔 씨감자를 쪼개^^(감자싹을 중심으로 3~4개 달리도록 쪼갬, 선배 농부의 팁, 제대로 했는지 모름) 꼬독꼬독 말려 두었다. 3월 18일, 점심을 든든히 먹고 밭으로 왔다. 미리 만들어둔 고랑 세개에 심고 남아 다시 하나를 더 만들었다. 감자 심기 완료. 야호. 힘든데 은근 기분이 좋아진다. 양파도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이틀 동안 조금 비가 내려주어 땅도 적당하게 촉촉하다. 감사한 일이다. 작년에는 감자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빠네에 조금 나눠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올해는 감자가 풍성하면 좋겠다. 어떻게 아껴주고 관리해주면 좋을지 지금부터 찾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게을러서 농사 공부를 잘 안 한다. 그러면서 욕심은 부린다. 감자를 함께 심을 것이 있나 하고 번..

첫 모종심기

한동안 안 했던 일을 했던 탓일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한 때문일까. 온몸이 뻐근하다. 어제 부추를 옮겨 심고, 감자를 심을 이랑(두둑)을 만들어 두었다. 오늘도 할 일이 많다. 도시락을 만들어 조카를 출근시키고 번개시장으로 갔다. 일요일이어 뭔가 있을 턱은 없었지만 지금은 모종 샾이 대목인 시기이니 뭐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사실 어젠 산 씨감자가 부실해 보여 혹시 바로 심을 튼실하고 맛있는(?) 감자를 기대하면서. 바닥에 잔뜩 나열한 모종들을 보니 그냥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작고 여리지만 싱싱한 그 초록빛에 홀려 양상추, 양배추, 케일, 샐러리에 고수까지 사고 말았다. 또 일거리를 만들었다. 속으론 자제해야 한다고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이것도 저것도 심어보고 싶고, 데려오고 싶은 욕심에 자꾸 ..

2023년 첫 농사일

작년 태풍 때문에 텃밭 입구에서 언제나 시원한 그늘을 주던 호두나무가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를 잘라내자 가꿀 수 있는 밭이 넓어졌다. 시원하게 뚫린 밭이 감당하기에 너무 넓어 하루하루 일을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포기할 수 없다고 내 입으로 말했던 텃밭이다. 해야할 첫 일은 부추를 가장자리로 옮겨 심는 일이다. 3년을 한자리에 있던 부추는 생각보다 뿌리가 덩어리 지고 튼실했다. 포기를 나누어 심었다. 원래 있던 것 두 줄만으로도 한밭이 가득해졌다. 남은 것은 어쩌나. 조금 더 자라면 잘라먹고 그냥 정리해야 하나 보다. 겨울을 나고 새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던 곰보배추도 부추밭 옆으로 옮겨 심었다. 원래도 생명력이 강한 아이들이니 자리를 옮겨도 잘 자라 주리라 믿는다. 양파 밭에 풀이..

가을 농사

처서가 지나고 모기 입이 삐뚤어지면 부지런한 농부들의 밭이 반듯반듯해진다. 초보 농부는 책과 유튜브에 의존해 하루 이틀 날을 보다 늦어버렸다. 부랴부랴 무씨를 뿌렸다. 혼자 뿌듯했다. 진짜 농부가 되어가는 양 혼자 하늘 보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다가 옆 밭의 주인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번 주에는 배추 심어야 합니다." "네, 네" 덕분에, 8월 마지막 주말 일정이 바뀌어버렸다. 아침 일찍 번개시장으로 가서 모종을 샀다. 30개만 달랬더니 50개를 사나 30개를 사나 가격이 거기서 거기라고 50개를 사란다. "네" 하고 샀다. 가을 모종 가게는 풍성하다. "이건 뭐에요?" 모종 가게 여사장님도 얼른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둘이서 마주 보고 웃어버렸다. "왜 그거. 보라색....." 모종판 옆의 글자를..

땅콩 밖에

감자를 캐고 빈 땅에 거름을 주고 쉬게 했다. 선선해지면 여기에 배추와 무를 심을 생각이다. 더운 날은 계속되는데 일상을 처리하느라 뒷전이 된 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던 열무와 얼갈이배추가 말라버렸다. 뒤늦게 물을 듬뿍 주고 비도 내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수확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양은 얼마 안 되지만 이것으로 담은 물김치가 이제 맛이 들었다. 올케가 만들어준 것도 맛있었는데... 내가 직접 담은 것도 그나마 먹을만한 것 같다. 양이 적어 여기저기 나눠주기 민망하다. 그냥 혼자 먹어야겠다. 가장 기대했던 토마토가 망했다. 오이에도 병이 생겨 다자란 몇 개를 제외하곤 더 이상 싱싱한 오이가 달리지 않는 것 같다. 고추도 시원찮다. 농사 전문가는 000병이라고 말했지만 낯선 단어를 알아듣기 어려웠다. ..

여름 선물

학기를 마쳤다. 수업이 없다. 어깨를 내리누르는 스트레스 하나가 사라졌다. 다소 가벼운 마음이다. 여름이 왔다. 가뭄 끝에 비가 내렸다. 단물을 한없이 빨아들인 땅이 보드라워졌다. 바람이 몰아쳤다. 지난밤에도 그랬다. 수요일 아침 독서를 마치고 밭으로 갔다. 비바람을 맞고도 여름 햇살 덕분인지 여기저기 초록 이파리가 가득하고,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뽀시래기 3년차 텃밭 농사꾼의 눈에 주렁주렁 달린 남의 밭에 열매들이 여사로 뵈지 않는다. 저 밭의 주인의 솜씨에는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같은 토마토와 오이인데 차이가 너무 크다. 언젠가 마주치면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대접하며 그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 진다. 나의 밭은 소박하다. 그래서 좋다. 비가 내린 덕분인지 풀이 다시 잔뜩 자라있다. 입구부터 ..

6월 텃밭에는

비온후 잡풀들이 많아졌다. 문학기행은 예상치 못했던 버스 투어였다. 왼쪽 어깨와 목이 굳어져버렸다. 잘 돌아가지 않는다. 스트레스 덩어리가 단단한 돌처럼 굳은 채 어깨와 목을 내리누르는 것 같다. 일찍 밭으로 갔다. 일요일 이른 아침, 밭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초록과 바람과 맑은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땅에 수분이 스며드니 풀이 많아졌다. 작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뽑아낼 풀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청소를 하듯 풀들을 뽑아 나갔다. 어느새 바케스 가득 풀들이 뽑혀 나온다. 이들도 이름이 있을 텐데 무식한 농부는 이름을 몰라 그저 잡풀이라 부른다. 풀들을 집 삼아 조용히 일요일 아침을 즐기던 벌레 가족들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듯하다. 쪼금 미안해진다. 지난 수요일 오후에..

비온 후, 텃밭

수요일 오후 늦게 텃밭으로 갔다. 연휴 이틀간 내린 비로 땅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수분이 모자라 틀대로 튼 땅이 그 많던 균열 하나 없이 푸근히 내려앉아 제 색깔을 띠고 있었다. 고탄력 메모리 폼을 밟는 듯한 감촉이 발 끝으로 느껴진다. 끝이 말라 짧게 잘라 두었던 부추들이 비를 맞고 탱탱하게 씩씩하게 다시 줄기를 뻗고 성큼 키도 커졌다. 붉은 땅을 배경으로 줄지어 선 초록들이 마치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처럼 배열이 가지런하다. 적상추를 일부 베어낸 땅에 이번에는 청상추 씨앗을 뿌렸다. 수분을 머금어 보슬거리는 땅 속으로 가는 몸을 숨긴 씨앗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장마가 오기 전 싹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비를 듬뿍 맞은 청경채, 겨자채, 당근, 루콜라에는 작은 흙먼지 조차 씻..

양파 캐기

6월 4일 토요일 아침. 내일부터 연휴 동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이다. 땅을 푹 적셔 줄 만큼 와야 한다. 비가 내리기 전 먼저 양파를 거두어야 한다. 텃밭 농사 3년 차, 후후. 이제 양파를 심어야 할 때와 거둘 때를 안다. 양파 모종과 파를 구별할 줄 안다. 뽀시래기 농부의 역할에 아주 조금 익숙해지고 자랐다. 사람 사는 세상에 배워할 것을 배우고 있다. 배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자랄 것이다. 올해도 양파는 생각보다 잘 자랐다. 쭉 뻗은 몇 개의 양파 꽃대가 신기했다. 양파에도 암수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같은 모종을 심었는데 왜 한 두 개만 그런가 싶었다. 농사꾼 선배는 조금 일찍 심은 탓이라 했다. 숫 양파는 줄기가 매우 단단했다. 다 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