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34

3월의 마치

정한아(2024). 3월의 마치, 문학동네. 3/27~4/12025년 열아홉 번째 책 벽돌책 유발 하라리의 를 읽다가 다소 지루해 감정이 이입될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고팠다. 소설이 고팠다는 말이다. 마침 유튜브에서 따끈따끈한 신작을 출간한 정한아 작가의 소식을 들었다. 작가의 전작 을 매우 재밌게 읽었고, 드라마 도 역시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그랬던 작가의 신작이며, 인문학 서적의 깊이에 물려 시들시들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파고에 맞춤 맞게 나타난 것이 이 소설인 것이다. 하필 제목도 여서 3월이 가기 전에 얼른 읽고 싶었다. 먼저 한줄 평. 기대만큼 좋진 않았다. 그러나 전작 처럼 시각적으로 드라마 영상으로 보면 매우 볼만할 것 같았다. 주인공 이마치 역에 누가 좋을까 생각하며 ..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강동혁(2023). 트러스트. 문학동네. 2025년 열일곱 번째 3/1~3/16 오래도 읽었다. 내게 있어 소설은 초반부 배경에서 감을 잡고, 파동을 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책은 재밌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꽤 들었던 탓에 제대로 읽고 싶었는데 재밌다 혹은 흥미롭다 계속 읽고 싶다고 느끼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개학 이후 많아진 외부 일에 마음이 분주해진 탓도 있었다. 에르난 디아스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궁금하여 소개 문장을 살펴보니 가 두 번째 소설이란다. OMG. 또 한 명의 지니어스. (잘 모르지만) 특별한 구성의 얘기임에 분명했다.  1부 소설 속의 소설2부  앤드류 베벨(소설 속 실존인물) 미완의 자서전(회고록)3부 미완의 자서전을 쓴 아이다 파르텐자의 회고록 뒤의 얘기들4부..

중앙역

김혜진(2020). 중앙역, 문학동네.2025년 열여섯 번째2/17~2/22 칠곡 에 들렀다. 매우 추운 토요일 오후였다. 운동한 직후였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른 찬 음료를 주문했다. 실내가 서늘하여 금세 몸이 식었다. 역시 따뜻한 것이 필요했다. 혹시나 나의 위스리스트에 있는 책이 있을까 책방지기의 서가를 돌아다녔다. 식어버린 몸을 움츠리며 애써 돌아보지만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인가?   작가의 이름과 중앙역이라는 에 느낌이 왔다. 언제나 그렇듯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지도 매우 중요하다. 표지가 쓸쓸하다. 신발을 신은 듯 아닌 듯, 앙상한 다리 그리고 키가 큰 남자와 앙상한 여자. 어쨌든 김혜진 작가의 작품이니까 한 권쯤 소장해도 될 것이다.  "스스로를 버린 두 사람이 서로를 ..

빛과 멜로디

조해진(2024). 빛과 멜로디, 문학동네. 2025년 열 번째 책 국내소설 세 번째 1/23~1/25 빌려두고 사둔 책들이 한편에 잔뜩 쌓여있다. 그것도 두꺼운-일명, 벽돌책- 것들로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것들은 자꾸 늘어가고, 읽고 싶은 책들은 자꾸 발견된다. 도서관의 사서님이 그랬다. 도서관 다독자인 내가 신청한 책들은 빨리 구입해주고 싶다고. 그래서일까. 희망도서 신청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도착했다고 했다. 통통 튀어 오르는 탱탱볼 같은 그녀의 밝은 음성으로 대여해 두었다고 알려주었다. 여러 권의 책 속에 희망도서를 건네주면서 그녀는 내가 반납해 주면 자신도 읽고 싶어 기다린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대출한 책에 새해의 먼지가 쌓이는 것을 무시하고 먼저 읽는다.  내가 책을 사는 많은 이유 ..

고요한 읽기

이승우(2024). 고요한 읽기, 문학동네. 2025년 - 4번째 1월 5일부터 천천히 하나씩 읽는다. 소설가의 읽기에는 어떤 생각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물론 소설가는 어떤 책들을 읽는지도 궁금했다. 읽기는 누구라도 하는 행위이니 여기서 방점은 '고요한' 이다. 물론 소설가가 말하는 읽기는 단순한 독서가 아닌 것 같다. 나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 책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를 알게 해주는 책을 왜 읽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읽는게 아니라 아주 잘 읽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요하게 라는 단어의 의미는 집중이다. 무엇엔가 깊이 몰두해 있는 상태가 고요한 읽기이다. 관록의 이승우 소설가가 하는 고요한 읽기 즉 깊이 몰두해 읽고 찾은 자신에 대한 문장을 어설픈 소설 애호가인 내가-그를 흉내내-몰두해 읽..

각각의 계절

권여선(2023). 각각의 계절, 문학동네. 10/8~10/21 2024-55 책을 읽으며 독서노트에 메모하고 차를 마시는 일은 복잡한 일인가 보다. 자꾸 책을 읽다 찻잔을 건드린다. 찻물이 쏟아지고 독서노트가 얼룩지고 너덜거린다. 얼룩지고 너덜거리는 독서노트는 지저분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중하다. 내가 써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읽기에 부대끼지 않는 문장들이다.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고 때론 그것들이 잊히지 못하고 되살아나 괴롭기도 하다 인생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그러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섬세한 감성으로 되짚어보고 사연과 얘기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청춘의 말들, 엄마의 말, 오빠와 동생의 마음, 딸의 애증 등등 짧은 한편씩 천천히..

이 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2024).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2024-5310/1~ 10월 첫 소설 세명의 청소년 이야기. 지우, 소리, 채운 경찰은 지우에게 부모의 연락처를 물었다.지우는 '엄마는 최근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오래 전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7쪽) '꿈에서 깨는 기분은 늘 좋지 않다......' 생각하며 소리는 천장을 봤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샐 뿐 아니라 제대로 끝나는 느낌을 주지 않아서였다. 방금전의 꿈만 해도 그랬다(13쪽) 선수시절 내내 '지역스타'나 '유망주'란 얘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채운은 축구가 좋았고 선수로 남고 싶었다. 정말 있는 힘을 다해도 재능있는 친구를 끝끝내 이길 수 없던 순간 조차 그랬다(28쪽)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2021). 작별하지 않는다. 문동. 2024-539/18 저녁 ~ 10/1 한가위 다음날도 베란다는 여전히 화끈거리는 열로 가득하다. 뜨거움에 몸부림치며 타들어가는 이파리들을 본다. 에어컨을 틀고 시원한 곳으로 숨고 싶다. 그러다 괜히 우울해져 타들어가는 제라늄을 만져본다. 우울증이다.  출근하면 종일 화가 났다가 집으로 오면 무력해지는 내가 있다. 야금야금 술을 마신다. 이제는 약해질대로 약해져 맥주 한캔이면 뻗어버리면서, 더워서인지 화가나서인지 우울해서인지 펼쳐논 책 한쪽 읽기를 마무리 못하고 딴짓을 한다. 어떻게 하면 혼을 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지만 방법이 없어 무력하다. 여전히 더운 날에 읽기 시작하여 시원해지기 시작하던 날에 읽기가 끝나다.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혼란을 책으..

아홉번째 파도

최은미(2017), 아홉번 째 파도, 문동.2024-51 장편소설 점점 날씨가 재앙이 되어 간다. 9월도 여전히 한여름이다. 소설 한권 읽기가 이렇게 고되다. 시간이 외려 넘치는데...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해 몸만 혹사 시키며, 정작 책은 가까이 하지 못한다. 무기력한 날들이 계속된다.  책의 줄거리나 읽은 느낌(생각)은 조금씩 조금씩 기록을 보며 하기로 하자.

리진1,2

신경숙(2007), 리진 1,2, 문학동네. 2024-18 & 19 4/10~4/14 1권 4/15~4/19 2권 소설가는 위대하다. 소설가가 하는 이야기(상상)의 세계는 뭔가로 가득차있다. 그들의는 언어는 어디서 오며 어떻게 얼개를 짓는 것일까. 감동이다. 별다른 기대없이 도서관에서 빌린 낡은 책 속으로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들여 정성껏 읽었다. 정신없이 바쁜 중에도 짧은 시간 몰입하게 만들었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시작하며 조마조마하다. 알 수 없는 한 여성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1권 인생이든 상황이든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오히려 변화가 찾아온다(13쪽) 때로 어떤 다정한 말은 땅에 묻힌 씨앗처럼 사랑을 품게 만든다. 바다 건너 그의 나라로 간다는것은 전혀 다른 말씨를 쓰는 사람들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