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햇살 와랑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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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2026년 텃밭농사가 시작되었다. 노동이란 특별해서 시작하긴 힘들어도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특히 날이 좋으면 더욱 그렇다. 터벅터벅 땅을 향해 걸어가는 길, 잠시 멈춰 바라보면 그저 들어오는 풍경과 끝없이 보이는 하늘과 온몸으로 전해오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자연의 냄새, 모두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 속에 몸을 잔뜩 낮추고 숨만 쉬고 있을 식물을 핑계로 멀리했던 땅, 집안에 침잠하는 것이 좋아 텃밭노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싶지만 봄이 멀리고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정한 날이 되면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오는 이상한 행위 중 하나이다. 내게는. 나는 여전이 초보 텃밭농사꾼이다. 꾼이라는 접사를 붙이기도 분명히 애매한 수준이다.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샌님 기질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2026- 12 스즈키 유이, 이지수(2025),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프.3/17~3/22 나는 그동안 느껴온 것, 관찰한 것, 경험한 것, 공상한 것, 이성적인 것과 가능한한 직접적으로 일치하는 말을 찾아내려는 피할 수 없고도 날마다 새롭게 반복되는 근본적이고 진지한 노력을 성실하게 하고자 한다.(3월 17일 아침) 모든 것을 망라하고 공유하는(듯이 보이는) 공간이 완성된다 한들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결국 자기 나름의 전집을 펴내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도이치는 밤바람에 머리를 식히며 생각했다(57쪽)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 사도행전 18:9

2026년 3월

3월 7일 토요일 : 아침 가볍게 입고 나서다 추워서 외출을 포기했다. 봄인가 했더니 아직 겨울인 것 같았다. 추위를 핑계로 집에 머물렀다. 오후에 문양에 가서 선배와 함께 미나리, 삼겹살을 안주삼아 오랜만에 소주를 마셨다. 이날부터 한동안 두통이 일었다. 3월 8일 일요일 : 부지런한 이웃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밭으로 갔다. 로타리를 치려면 정리할 것을 빨리 하라는 얘기. 지난겨울 대충 심어놓은 파들을 텃밭 한편으로 옮겨 심었다. 부추가 시원찮아 보여 풀을 거두고 거름도 조금 얹어 주었다. 올해 첫 텃밭 노동. 몸살이 난 것 같은 근육통에 시달렸다. 3월 15일 일요일 : 이웃의 로타리 작업 덕분에 뒤집어진 흙에 거름을 듬뿍 주고 주변도 정리했다. 감자밭용으로 세 이랑을 만들었다. 이제 이랑 만드는..

사하맨숀

2026-13조남주(2029). 사하맨숀, 민음사.3/23~ 4월이 가까워지면서 3월의 아침은 일찍 찾아온다. 6시쯤이면 베란다 창너머가 어둠을 몰아내듯 희뿌애진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불과 10분 사이에 세상이 밝아진다. 강렬하게 블라인드를 걷고 싶어진다. 아침이다. 시작이다. 월요일 아침이다. 분주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때가 있었다. 부담과 책임을 갖고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런 것들에서 벗어난 지금 이 순간 느끼오는 자유와 평안함. 4주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좋은 느낌이 지속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혈압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침 시간에 책을 읽는 것도 참으로 좋다.

운간초

오랜만에 삼랑진 장에 들렀다. 가끔 모종을 사러 들리는 가게로 갔다. 알록달록 봄꽃 모종 포트가 가득했다. 나의 베란다 꽃밭에 2026년의 봄을 가져다줄 시간이 되었다. 팬지를 사고, 구근 몇 개를 샀다. 눈에 띄는 작은 꽃들이 작은 키의 풀잎 사이에 올망졸망 피어있는 풀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운간초'라고 했다. 꽃과 식물의 세상에는 어휘가 많아도 너무 많아 일부러 날마다 외우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세상이다. 주말에 비어있는 토분에 모종을 정리했다. 창 가까이 두고 작업용 책상에 앉아 매일 바라본다. 이른 아침 어슴푸레한 시간의 꽃이 귀없다. 햇살 가득한 시간, 투명한 빛의 간질거림이 즐거운 듯 이파리도 꽃잎도 산뜻하게 피어오른다. 모종 가게 친절한 주인은 여러 해 잘 자랄 것이라 했다..

여자전

2026-11 김서령(2007, 2023 개정판). 여자전, 한 여자가 세상이다, 푸른 역사.3/14 아침 ~ 2017년 개정판을 낸 그녀는 2018년 세상을 떠났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개정판의 10번째 인쇄본을 읽기 시작한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긍정,비관을 털어내는 유머, 따뜻한 인간애로수난의 한국 현대사를 밀치고 나온일곱 인생을 만나다. 사진 첨부해보고 싶네.

안녕이라 그랬어

2026-10 김애란(2025). 안녕이라 그랬어, 문동.3/10 오후 ~ 3/14 아침 2025년 12월 많은 독서가들이 올해의 책으로 '안녕이라 그랬어'를 말했다. 막연하나마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막연한 이해를 내 말로 적확하게 표현해 내긴 힘들지만 알 것 같다는 느낌은 분명하다. 내 속을 혹은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 주다니. 나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이야기 속에 조각난 내가 거울 표면에 끼여있는 얼룩같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도 주었다. '안녕'이라 말할 용기. 누군가에는 반갑다고 말하는 대신 안녕이라 말하고, 누군가에게는 잘 가라는 말대신 안녕이라 말하고 돌아설 수 있는 용기를. 나만이 힘든 건 아니었음을, 많은 힘든 이웃들이 그저 아닌 척 자신만의 ..

희망

2026-9양귀자(2020). 희망 5판, 쓰다.2/23 저녁 ~ 3/10 아침 양귀자(1990). 잘 가라 밤이여양귀자(1991). 희망양귀자(1996). 희망 3판 시대의 배경은 바뀌어도 삶은 남는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가 품은 '희망'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양귀자, 작가의 말 4) 598쪽의 긴 소설 읽기를 오늘 아침에 마친다. 총 10장의 시작은 '나성여관'이고, 마지막은 '눈꽃'이다. 1980년대 우리가 살았던 나성여관을 시작으로 그곳에 살았던 머물렀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다. 1980년대는 개발의 시대였다. 소설은 개발을 벗어나지 못한 헐벗은 나성여관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곳에 살던 가족이 그곳을 떠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화자인 스무살 3 수생의 ..

천 개의 파랑

2026-8 천선란(2020). 천개의 파랑, 허블.2/13~2/20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아 그해 출간 즉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SF 소설에 대해 큰 호기심은 없었지만 최근 이 소설이 영화가 된다는 말을 듣고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카가 사두고 나의 서가에 보관하던 책이다. 한줄평 : (잘 모르지만) 완성도가 매우 높음. 독자로 하여금 인물과 사건의 흐름에 빠져들게 함. 오랫만에 울었음. 영화를 위한 캐스팅해보기 먼저, 인간과 동물보경(엄마)남편(소방관)연재 : 신은수은혜(언니)지수(연재 친구)지수 엄마복희(수의사)민주(마장 관리인)다영(경마장 북문 보안관)서진 편의점 점장투데이(경주마) 휴머노이드 이미지 콜리(기수)베티(편의점 직원)스트린(거리청소)다..

한 명

2026-7 김숨(2016). 한 명, 현대문학.2/7~2/10 고통스럽다. 얼떨결에 읽기 시작했다. 첫 지면에서 암담함을 느꼈다. 어쩌지 싶었지만 기왕 빌려왔으니 읽고 돌려주자 했다. 위안부피해자와 관련된 책들을 제법 접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괴로움일 줄 예상했으나 요즘 나의 상황과 맞물려 고통과 무력감이 매우 컸다. 중도에 그만 읽자 싶은 순간이 많았다. 특히 이른 아침 독서 시간에는 아침부터 너무 힘들었다. 그만큼 문장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엄청난 고통과 고통을 주었던 상황의 폭력성이 크게 다가왔다. 조카가 그랬다. 오만상을 쓰면서 읽는 거 아느냐고.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 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7쪽) 풍길.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