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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명칭이 무엇이든 찾는 이 거의 없는 이 공간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나만의 공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름조차 얼굴조차 스친 바 없는 이들이 간혹 들린 흔적이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나는 이 공간에 일상의 흔적을 많이 흘리고 있다. 가끔 우연히 들리는 누군가를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저 지금을 어떻게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지나고 있는지 그저 담담하게 챙겨두고 싶다.  공간의 명칭을 바꿨다.  2025년 1년을 기록해보기 위해서다. 긴 글일 필요도 없다. 때로 무람하지만 끄적이고 싶어질 때, 때로 꼭 남기고 싶은 일이 생길 때, 그런 2025년 1년을 기록해보고 싶어서이다. 2026년 오늘까지. 2025.2.28 금 10:33~ 개학전 마지막 금요일. 입학식에 불려 나왔다. 오고 싶지 않았다. 사유서..

중앙역

김혜진(2020). 중앙역, 문학동네.2025년 열여섯 번째2/17~2/22 칠곡 에 들렀다. 매우 추운 토요일 오후였다. 운동한 직후였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른 찬 음료를 주문했다. 실내가 서늘하여 금세 몸이 식었다. 역시 따뜻한 것이 필요했다. 혹시나 나의 위스리스트에 있는 책이 있을까 책방지기의 서가를 돌아다녔다. 식어버린 몸을 움츠리며 애써 돌아보지만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인가?   작가의 이름과 중앙역이라는 에 느낌이 왔다. 언제나 그렇듯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지도 매우 중요하다. 표지가 쓸쓸하다. 신발을 신은 듯 아닌 듯, 앙상한 다리 그리고 키가 큰 남자와 앙상한 여자. 어쨌든 김혜진 작가의 작품이니까 한 권쯤 소장해도 될 것이다.  "스스로를 버린 두 사람이 서로를 ..

다양성, 다양한 날

새학기 수업을 위해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청각장애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들이다. 전공 교재를 제외하였다. 다섯 권 째 책을 읽고 있다. 대부분 농인, 난청인 자신의 얘기, 부모의 얘기들이다.  수업을 위해 교재를 보지않고 교육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한 것이 최근이다. 우리가 교육 대상이라고 하는 이들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쓴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사실을 알게되고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하정(2020).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arte. 오늘 아침에는 두가지를 알게 됐다. 먼저 잘 들을 수 없는 농인 여성을 노리는 범죄, 불법 촬영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난청인을 두러싼 많은 기념일들이 존재한다는 것 먼저 다양한 기념일이 있다는 것이다. 웹 서핑을 찾..

카테고리 없음 2025.02.16

수업 준비를 위한 독서

채승호(2022).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 폭스코너.  저자는 초3때 난청을 확인한 후천성 난청인, 보청기를 착용하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인공와우를 착용하기 시작했단다. 일본 무사시노 대학 건축학과 졸업했지만, 현재 북촌 한옥 카페 '이채'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운동과 책읽기, 가끔 게임하기를 즐긴다고 소개한다. 어릴 적 나는 말이 많은 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듣고 말하기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청력을 읽은 것 보다 소리를 줬다 뺏어갔다는 사실에 더 크게 마음이 상했다.(프롤로그, 5쪽) 우리가 대부분 어림짐작하며 두려워하는 것들은 과자의 질소 포장처럼 과대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더욱 부풀린다. 하지만 포장지를..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2011). 끝나지 않은 노래, 한겨레출판사. 2025년 열네 번째 책2/6~2/9 최진영의 소설을 시간의 역순으로 읽는다. 1월 금년의 첫 책으로 를 읽고 작가의 초기-혹은 이전-소설을 읽고 싶었다. 처음부터 작가는 이런 얘기를 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 읽었던 , 그리고 , , 등등을 읽고, 까지 읽었다. 대부분 벼랑 끝을 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우리들의 이야기. 독하고 아프고 절절해도 피할 수 없는 이야기. 도 마찬가지. 두자, 수선과 봉선 그리고 은하와 동하  1927년생 두자와 두자의 쌍둥이 딸 수선과 봉선, 수선과 봉선의 아이들 은하와 동하. 3대에 걸친 여전히 끊나지 않는 여인들의 이야기. 제발 이젠 끝났으면 싶은 이야기. 이상한 결말이라 할지라도 해피엔딩으로 잘 ..

처음부터 유기견인 개는 없습니다

한은(2020). 버려진 이야기 처음부터 유기견인 개는 없습니다, 피그말리온. 2월의 첫책2015년의 열두 번째 책 봄날처럼 따뜻했던 1월의 어느 날, 담담 책방의 조곤거리는 대화 속 담담했던 책장에서 골라온 담담한 책. 이제 내 곁에 우리 곁에 작은 생명 하나 두고 싶어지고 있다. '또삐' 떠난 지 5년째.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한 그 아이를 대신해 줄-그 아이의 짧은 생명 대신 오래 돌봐 주고픈- 가족을 갖고 싶다. 이 책은 새로운 가족을 들이기 위한 준비이다. 유기견이란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내다 버린 개란다. 유기견이란 단어도 그 정의도 날 선 바늘로 찌르 듯 가혹하다. 내다 버렸단다. 어디에 내다 버린 건가.   사납게 태풍 오시는 어느 밤개들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그날에하얀 멍멍이 한 마리가 겁..

2025년 1월의 책

최진영(2019). 이제야 언니에게, 창비.김지혜(2019).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김정희 외(2021).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 탐프레스.김미화(2018).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상상출판.정은혜(2017). 변화를 위한 그림일기, 샨티.낙서쟁이 김선생(2024), 타이페이 뒷골목에서, 낙서쟁이 김선생.낙서쟁이 김선생(2023), 책향기가 좋아 그저 그림으로 그립니다. 낙서쟁이 김선생.핍 윌리엄스, 서제인(2021).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엘리. 셸리 리드, 김보람(2023). 흐르는 강물처럼, 다산책방.조해진(2024). 빛과 멜로디, 문학동네.이승우(2024). 고요한 읽기, 문학동네.한강(2016). 흰, 문학동네.메리 올리버, 민승남(2020). 천 개의 아..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2012) 민승남(2020). 천 개의 아침, 마음산책. 2025년 아홉 번째 1/19~ 2022년 제주 한 달 살기 동안 많은 제주 동네책방을 들렸다. 종달리 소심한 책방에서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꾸러미를 선택했다. 그것이 노란빛 종달리와의 인연으로 남을 거니까. 그렇게 만난 것이 시집이어서 실망했지. 왜냐면 시집을 그다지 읽지 않으니까.  시를 귀중하게 여기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여전히 난 시를 잘 모른다. 지론대로 하자면 모를수록 자주 읽어야 하지만 여전히 그러질 못한다.  거실 한편 서가에 꽂아둔 시집을 1월 어느 날 발견했다. 바닥 가까이 놓여있던 책이어서 손이 가질 않았다. 19일 일요일 아침. 아마 전날의 피로가 쌓여 미미적 거렸을 것이다. 지쳐서 낮게 누운 시선 속으로 들어온 ..

흐르는 강물처럼

셀리 리드(2023), 김보람 옮김(2023). 흐르는 강물처럼, 다산책방. 2025년 열한 번째 1/26~  헤르만 헤세의 책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소설을 읽고 싶어 을 선택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용을 전혀 모르는 432쪽 분량의  두꺼운 소설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 세상을 돌아 나올 때쯤은 작가 이승우가 말했듯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찾아 데리고 올 것이다.  2025년 1월 설날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 많이 움직였더니 다리가 무겁고 힘이 딸린다. 하루의 해가 잠시 어둠에게 자리를 내준 시간. 아직 어둠이 깊어지지 않은 시간 조용한 공간에서 읽기 시작하려 한다. 지금도 세상은 복잡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 크다. 죄지은 자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