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0

소소한 여행의 기록 2

어제는 올레 17코스 '알작지' 해변에서 '광령리'까지 약 5.8킬로, 16코스 광령리에서 고내포구까지 15.8킬로. 모두 21.6킬로 41,226 걸음을 걸었다. '추자도 올레' 걷기 이후 이렇게 많이 걸은 적이 없어서일까.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습관은 관성이다. 동이 트기도 전 눈을 떴다.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이길 소망하며, 다시 소소한 여행을 시작했다. 신제주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돌면서 서귀포로 갈 것이다. 다시 서쪽 방향으로 돌아 조카를 혼자 두고 먼저 귀가할 예정이다. 시윤과 천천히 드라이빙을 즐길 작정이다. 조카가 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덕의 '오드랑' 베이커리에 가고 싶다 했다. 야호 오늘은 빵이다. 가볍게 출발했다. 가는 길에 조천 신촌리 '덕인..

제주 올레 18-1코스, 추자도

2021년 10월 30일 제주 올레 마지막 코스 18-1코스 추자도 당일치기 걷기 여행 일출 전, 6시 20분 어둠 속에 출발 비행기 창 너머로 동쪽의 일출을 보았다. 오늘은 제주 올레 마지막 코스를 걷는 날이다. 작년 1월 시작해서 1년 10개월 어떤 느낌이 마무리를 함께 할지 몰라 두근두근 가슴이 설렜다. 제주 공항에서 아침을 먹고,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여유롭게 도착했다. 추자도를 가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기대감은 더 커졌다. 길 건너편은 사라봉으로 올라가는 올레 18코스 처음 혼자서 걸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여객터미널 2층에서 우리가 타고 갈 퀸 스타 2호를 보았다. 옛 '제주세관'의 자리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보이고,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로 징용을 살았..

제주 올레 DDG, 내게 쓰는 편지

COVID-19로 온 세상이 어수선하던 작년,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 블로그에 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올레의 모습, 그 스펙트럼이 다채롭듯이 올레를 걷는 사람들의 사연이나 이유도 저마다 달라 본인이 만난 올레꾼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썼던 것 같다. 보내는 사람은 서명숙, 수신자는 제주 올레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첫 번째 편지가 작년 8월 3일에 발송한 것인데 벌써 열여섯 번째라고 하니 참으로 사연이 많구나 싶다. 열여섯 번째의 편지에는 내가 살짝 등장한다. 때문일까. 편지글을 반복해 읽다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내게 붙이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제주 올레'를 처음 걸었던 것은 2011년 겨울이었다. 교직원 연수가 제주에서 있었고, 올레 7코스를 걷는 프로..

한줄 일기 2021. 10. 17

2020년 1월 시작한 제주 올레 걷기가 이제 마지막 한 코스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여름 한 달 살기 이후 오랜만에 어제 올레 걷기를 하고 왔다. 걷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두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17.3킬로를 무사히 걸었다. 힘들게 걸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무척 가볍다. 두 달 반 동안 일과 일상에서 분리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무척 쌓여있었나 보다. 한파라고 한다. 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화창하다.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먼 나라의 얘기인 듯하다. 어제 걸었던 올레 11코스를 오늘같이 화창한 날 걸었다면 어떠했을까. 비바람을 맞고 걸었던 길을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면. 그 순하고 정겹던 숲길은 어떤 모습으로 남았을까.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좋은 날만 ..

한줄 일기 2021.10.17

제주 올레 11코스

2021년 10월 16일 토요일 제주올레 11코스 모슬포(하모체육공원) ~ 무릉(무릉외갓집) 17.3km 당일치기 걷기 여행 6:20 (대구) ~ 20:45 (제주) 두 달 반 만에 제주 올레 걷기 여행 이제 마지막 두 코스만 남았다. 공항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아직 컴컴한 하늘을 날아 무사히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주답게 바람도 불었다. 4번 버스 정류장에서 대정행 151번 버스를 탔다. 빗속에 익숙한 거리가 끊임없이 다가왔다. 그 거리에서 지냈던 날들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버스는 거의 1시간 10분을 달렸다. 하모체육공원에서 내렸다. 여전히 비가 내린다. 선택할 여지도 없이 하차한 곳에서 오른쪽에 있던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비 오고 바람부는 날 한국사람들에겐..

7월 5일, 올레 8코스

어젠, 장대비에 2코스를 걷느라 지쳤다. 오늘도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쉬기로 했다. 젊은 조카는 잘도 잔다. 밥 먹으러 가자고 하니 일어난다. 올레 여행자 센터에 가서 '어멍 밥상'으로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밥 먹고 배가 부르면 살짝 산책을 하거나 책방에 가서 밀린 작업을 하려고 맘 먹었다. 대충~^^ 8코스를 산책하기로 했다. 오늘은 쉬기로 했으니 길게 걷지 않을 것이다. 가벼운 산책을 할 것이다. '월평 아왜낭쉼터'로 갔다. 오후 2시, 시작점 스탬프를 찍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장마철 눅눅한 날씨에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지만 일단 걸어간다. 검은 돌담 사이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소철이 가득하다. 눅눅한 공기를 헤치고 어디선가 향기가 날아든다. 무슨 꽃인가 했다. 검색을 했다..

제주 올레 2코스

2021년 7월 4일 비는 내렸지만 그치려나 했다. 설마 계속 이 비가 내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오락가락하겠지 했다. 어제도 그랬으니까. '올레 2코스'는 성산 '광치기 해변'에서 '온평리 포구'까지 걷는다. 15.2킬로. 장대같은 빗 속에 결국 걷고야 말았다. 2코스는 1코스와 달리 대부분 숲길이고 들길이었다. 장화를 신고 걸어야 하는 사람 흔적 없는 산과 들, 수를 헤아릴 수 없도 없을 만큼 물웅덩이를 건넜다. 그러는 동안 신발에 물을 잔뜩 담겨 그렇지 않아도 아픈 발가락이 퉁퉁 붓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왕왕 들었다. 그냥 멈춰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2코스는 적당히 끊어줄 길이 없었다. 비로소 차가 다닐 정도의 거리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혼인지가 코 앞이었..

제주 올레 19코스

2021년 첫 올레 여행은 19코스 조천 만세동산 ~ 김녕 서포구 19.4km 제주로 들어가던 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사나웠다. 관덕정 분식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행여나 내일은 날이 맑기를 소망하며 잠이 들었다. 바다는 밤새 거친 바람소리를 냈다. 아침을 먹고, 빈둥거리던 10시까지도 바람은 여전했고, 눈발도 함께 나부꼈다. 용감한 동무가 먼저 나서자 했다. 일단 시작하고 도저히 어려우면 도중에라도 중지하면 될 일이니까^^ 19코스 출발점이 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바뀌었다. 가 새로 문을 연 것이다. 안내소에서 따뜻함을 얻고, 복장을 다시 갖추었다. 출발선에서 또 하나의 스탬프를 찍었다. 쟂빛 하늘, 몰아치는 겨울풍에도, 돌담 위의 꽃들은 싱싱하기만 하구나!! 가 알려준 대로 먼저, 조천만세동산 ..

3. 유홍준(201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

유홍준 (201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창비. 낯선 곳에 가면 긴장감을 주던 일상과 멀어졌다는 기분 하나로도 편한 느낌이 든다. 눈 앞에 신선한 풍광까지 더하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그 공간이나 장소에 잠시 머문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러다 시간이 가면 그 떄의 기억은 연해지고 왜곡되기도 한다. 이것이 여행이다. 작년부터 제주 올레를 걷고 있다. 코로나 19로 거르는 경우도 다반사였지만 가능한 달에 한번은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 어느새 8개의 올레를 걸었다. 제주 올레를 걷다 보면 맑은 공기와 바람에 숨통이 트이고, 짙은 물감을 풀어놓은 하늘과 바다가 친구가 되고, 우주의 중심처럼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는 한라산의 닿지 못할 자태에 취하게 된다. 그래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