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TRIP 27

춘천 일기

지난 주말, 직접 운전을 해서 1박 2일로 춘천을 다녀왔다. 토요일 오전 9시경에서 북대구를 출발해 다음 날 저녁 8시에 북대구 IC를 통해 귀향했다. 여행의 목적은 작가 전보람, 예명 핀든아트 선생님의 첫 개인전 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우연한 기회에 작가님의 클래스에 참여했고, 클래스를 수강하면서 그녀의 그림에 관심이 높아졌고,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에 지난 여름 춘천여행을 강행했다. 춘천에 머무는 동안 두 번의 짧은 클래스에 참여했다. 가까이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지만 멀리 있기에 그림움도 커지나보다. 따지고 보면 엄청 가까운 사이도 아니지만 그녀가 가는 길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덕분에 춘천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설레임도 있었다.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에는 많은 것이 있다. 부족하지..

우린 춘천에 살기로 했다!!???

일주일 간의 춘천 살이. 춘천은 분지이다. '대프리카'로 알려진 대구에서 자란 내가 춘천을 덥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리려나!! 하여간 춘천의 여름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춘천 살이 동안 머문 '춘천 일기' 스테이는 나름 좋았지만 둘이 쾌적하게 일주일을 머물기에는 좁아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춘천의 공기가 물기 가득 먹으며 밤새 땅을 향해 아래로만 흐른 탓일까. 축축한 빨래에 직사광선이 내비치면 젖은 빨래가 금새 말라야 하는데 오히려 목덜미를 타고 빗물 한 자락 주욱 흘러내려 방금 입은 옷이 금세 젖어 버렸다. 그만큼 더웠다는 얘기다. 내게 있어 여름날의 여행에선 '밤길 산책'이 나름의 즐거움 이건만 한 줄기 바람도 숨바꼭질을 하는 듯 숨어버린 듯했다. 얇은 마스크도 버거울 만큼 숨이 턱턱 차올랐다. 산책이..

통영 가는 길

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파트에 살면서 새소리에 눈을 뜰 수 있음이 새삼 놀랍다. 오늘은 통영 가는 날. 설렌다. 오전, 10시 가볍게 아침을 먹고 나선다. 햇살은 이미 날이 섰다. 천천히 천천히 가자. 푸른 바탕지에 마음대로 그려놓은 흰색 마음이 뺏기지 않을 수 없다. 창녕 휴게소 전, 넓은 저수지에 가득한 연꽃 이파리를 발견했다. 잠시 차를 세우고 갈 수 있나 살폈다. 휴게소에서 접근하긴 어렵나 보다. 대신 황금 10원빵을 샀다. 북통영 IC를 지났다. 통영항으로 갔다. 통영에 왔으니 '충무김밥'을 먹어야 한다. 서호시장 근처 소문난 3대 김밥 70년 김밥을 만들었단다. 사람이 70년을 사는 것도 어려운데 70년 김밥을 만들 수 있는 끈질김!! 이제 마음을 채우러 간다. 박경리 기념관으로 갔다. ..

소소한 여행의 기록 2

어제는 올레 17코스 '알작지' 해변에서 '광령리'까지 약 5.8킬로, 16코스 광령리에서 고내포구까지 15.8킬로. 모두 21.6킬로 41,226 걸음을 걸었다. '추자도 올레' 걷기 이후 이렇게 많이 걸은 적이 없어서일까.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습관은 관성이다. 동이 트기도 전 눈을 떴다.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이길 소망하며, 다시 소소한 여행을 시작했다. 신제주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돌면서 서귀포로 갈 것이다. 다시 서쪽 방향으로 돌아 조카를 혼자 두고 먼저 귀가할 예정이다. 시윤과 천천히 드라이빙을 즐길 작정이다. 조카가 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덕의 '오드랑' 베이커리에 가고 싶다 했다. 야호 오늘은 빵이다. 가볍게 출발했다. 가는 길에 조천 신촌리 '덕인..

소소한 여행의 기록

2021년 12월 19일, 11시 금년 마지막 제주 여행을 시작했다. 일요일 늦은 아침에 출발하는 여행은 매우 낯설고 어색했다. 익숙한 공간에서 몸에 익은 거품 가득 커피 한잔을 습관처럼 마시고 집을 나섰다. 바람이 거칠게 불고 있었다. 바닥을 끄는 요란한 소리가 겨울 공기의 무거운 흐름을 갈라놓았다. 비행기가 몹시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퍼지는 사람들의 낮은 음성에서 불안함이 퍼져 나왔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 커다란 몸을 한 남성이 뒷사람(시윤)을 생각지 않고 의자를 제쳐(어쩌면 큰 일은 아니지만) 깜짝 놀랐다. 게다가 손가락으로 정성껏 자신의 머리카락을 털기까지....(눈에 뵈지 않는 그것들이 과연 어디로 떨어질지?) 예민한 조카가 소심한 짜증을 냈다.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을까 '미안하다'는 말이 그나..

우도를 즐기다

아무도 없는 바다 풍경이 필요했다. 해가 뜨기를 기다려 시윤과 둘이 서빈 해변을 찾았다. 시윤은 원피스를 입고 자신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해변 '서빈 백사장'에서 완벽한 바닷 풍경 속에 자신을 담고 싶어 했다. 아직 이른 아침 초겨울의 섬바람이 다소 세게 불었다. 머리와 원피스 자락이 뜻대로 나부껴주지 않았다. 해는 구름 속에서 아침잠을 깨우느라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구름 속에 숨은 아침의 태양이 만드는 아무도 없는 바다는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오직 두 사람만의 이벤트가 즐거웠다. 바닷 빛깔이 완벽했다. 현무암도 하늘도 구름도 모두 완벽했다. 어떤 사진도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조카도 만족했다. 덕분에 나도 그 풍경 속에 지금의 나를 남길 수 있었다. 우도 즐..

우도에 머물다

제주에서 호젓한 밤을 맞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도'에서 말입니다. 'iiin 29호'에서 진짜 우도는 막배가 떠난 다음부터라는 글을 읽은 이후 줄곧 우도의 밤을 기다렸습니다. 겨울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화창해서 날씨마저 우도 입도를 도와주었습니다. 선물 같은 하루입니다. 조심조심 차를 타고 배에 올랐습니다. 아주 잠시 앉아 사알짝 울렁거리나 했더니 둥근 지미봉이 멀리 보이고 우도등대가 가까이 보이는 천진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고 나니 노을이 지려합니다. 우도 블랑로쉐의 작가 '호연지'가 일러준 길을 걸었습니다. 하고수동해수욕장에서 오봉리 중심을 돌아 나오는 길. 제주 올레의 리본이 노을 속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바다 건너 한라봉 모양새의 한라산과 지미봉이 사이좋은 형제마냥 포개져 있습니다. 하고수동 ..

짧은 여행 : 춘천

새벽 서쪽 하늘 끝에 여전히 보름달이 떠 있었다. 동이 트기 전 북대구 IC를 벗어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렸다. 지면을 향해 기울어가는 달님을 벗 삼아 짙은 안개를 뚫고 조심조심, 아슬아슬 춘천에 닿았다. 고개를 넘어 미끄러져 내려갈 듯한 경사면 아래 춘천 IC가 있다. IC를 지나면 '낭만의 도시'라는 안내가 오른편에 보인다. 춘천의 가을은 맑고 고운 햇살에 깊어가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한림대학교'에 무사히 닿았다. 일찍 출발한 때문일까 여유로운 시간에 도착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토요일의 대학 캠퍼스도 혼자 화려하게 가을을 타고 있었다. 서문 옆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건물이 묘한 정취를 주었다. 나름 새롭게 단장을 했지만 타고난 성품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예전 국민학교 건물이었던 ..

제주 올레 18-1코스, 추자도

2021년 10월 30일 제주 올레 마지막 코스 18-1코스 추자도 당일치기 걷기 여행 일출 전, 6시 20분 어둠 속에 출발 비행기 창 너머로 동쪽의 일출을 보았다. 오늘은 제주 올레 마지막 코스를 걷는 날이다. 작년 1월 시작해서 1년 10개월 어떤 느낌이 마무리를 함께 할지 몰라 두근두근 가슴이 설렜다. 제주 공항에서 아침을 먹고,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여유롭게 도착했다. 추자도를 가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기대감은 더 커졌다. 길 건너편은 사라봉으로 올라가는 올레 18코스 처음 혼자서 걸었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여객터미널 2층에서 우리가 타고 갈 퀸 스타 2호를 보았다. 옛 '제주세관'의 자리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보이고,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로 징용을 살았..

제주 올레 11코스

2021년 10월 16일 토요일 제주올레 11코스 모슬포(하모체육공원) ~ 무릉(무릉외갓집) 17.3km 당일치기 걷기 여행 6:20 (대구) ~ 20:45 (제주) 두 달 반 만에 제주 올레 걷기 여행 이제 마지막 두 코스만 남았다. 공항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아직 컴컴한 하늘을 날아 무사히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주답게 바람도 불었다. 4번 버스 정류장에서 대정행 151번 버스를 탔다. 빗속에 익숙한 거리가 끊임없이 다가왔다. 그 거리에서 지냈던 날들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버스는 거의 1시간 10분을 달렸다. 하모체육공원에서 내렸다. 여전히 비가 내린다. 선택할 여지도 없이 하차한 곳에서 오른쪽에 있던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비 오고 바람부는 날 한국사람들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