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TRIP

소소한 여행의 기록 2

Jeeum 2021. 12. 23. 23:06

어제는 올레 17코스 '알작지' 해변에서 '광령리'까지 약 5.8킬로, 16코스 광령리에서 고내포구까지 15.8킬로. 모두 21.6킬로 41,226 걸음을 걸었다. '추자도 올레' 걷기 이후 이렇게 많이 걸은 적이 없어서일까.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습관은 관성이다. 동이 트기도 전 눈을 떴다. 오늘도 의미 있는 하루이길 소망하며, 다시 소소한 여행을 시작했다. 신제주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돌면서 서귀포로 갈 것이다. 다시 서쪽 방향으로 돌아 조카를 혼자 두고 먼저 귀가할 예정이다. 시윤과 천천히 드라이빙을 즐길 작정이다.

 

 

조카가 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덕의 '오드랑' 베이커리에 가고 싶다 했다. 야호 오늘은 빵이다. 가볍게 출발했다. 가는 길에 조천 신촌리 '덕인당'에 들리기로 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편 60쪽에 신촌리 덕인당 보리빵이 나온다. 3대째 내려오는 심심하고 물리지 않는 향토의 빵으로 소개되어 있다. 언젠가 싶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간판의 흐린 글씨가 다정했다. 쑥빵, 보리빵이라는 글자도 제과점이라는 낱말도 구수했다. 빵맛은 더욱 구수했다. 

 

 

이젠 선흘리로 간다. 겨울 제주를 찾아 'OBJECT'로 갔다. 막 오픈한 장소는 매우 조용하고 한적했다.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어 아쉬웠다. 귤밭 한가운데 위치한 매장이다. 창문너머 귤밭 속의 조형물이 귀엽다. 조카와 같이 세워놓고 앵글로 보니 동글동글하니 닮아 보였다.

 

 

함덕 해수욕장 근처의 '오드랑' 베이커리로 갔다. 맛있는 빵에 따뜻하고 진한 커피 한잔이 고프다. 붕붕 날아서 갔다. 역시 인스타그램은 대단하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오드랑은 '마농 바케트'가 유명하다고 한다. 마늘 맛 진한 바케트와 커피는 잘 어울린다. 다들 잔뜩 빵을 사고, 사진을 찍는다. 모두 즐거워 보인다. 굳이 우리가 낯선 곳을 찾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의 재미는 이런 것이다.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갑자기 세화리에 가고 싶어졌다.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 때문인가. '여름 문구사'가 떠올랐다. 당근밭의 이파리가 싱싱하다. 세화초등학교 근처에 차를 세우고 느긋하게 걸어 여름 문구사로 갔다. 입구의 '수박'을 보니 시원해졌다. 친절한 주인장이 웃음으로 건네주는 귤을 주머니에 넣고 문구사를 나섰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문구사가 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갈텐데. 아니면 내가 이런 문구사를 만들어버릴까. 

 

 

다시 조카가 빵을 말한다. 세화리에 '가는 곶 세화'라는 베이커리 카페가 검색되었단다. 가보자고 한다. 조용히 앉아서 차를 마시고 빵까지 먹을 수 있다면 나는 무조건 좋다. 오늘 같이 좋은 날. 어차피 서귀포로 가기만 하면 그만이니 넉넉한 시간을 즐기면 된다. 가게 앞의 넓은 정원에는 늦은 가을빛이 가득하다. 빵집 동물들은 역시 다르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고양이가 토실토실 살이 올라있다. 작은 동물들은 살이 올라도 이쁘다. '가는 곶, 세화'에는 소금 빵이 유명하다고 한다. 종달리 맛나 빵집의 소금 빵과 어떤 차이가 있느지도 궁금하니 먹어보고 싶어졌다. 구좌에서 나는 당근쥬스에 소금빵. 어찌 조합이 어설프긴 하지만 당근쥬스는 당근쥬스대로, 소금빵은 소금빵대로 맛있다. 시윤이 골라든 감자 빵은 더 맛있다. 소금빵과 감자빵 가운데 내 입에는 감자 빵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창문 너머 푸른 무밭을 눈에 담으며 먹는 간식. 종일 탄수화물만 먹고 있지만 그래도 즐겁다.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니까. 

 

 

'제주 올레여행자센터'에 도착했다. 완주증서를 받았다. 내가 좋아 올레를 걸었고, 걷는 동안 행복하고 의미 있었으니 굳이 칭찬을 기대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완주증서를 받는 과정이 너무 어수선하고, 성의가 없어 보였다. 손님이 너무 많아 대충대충 손님을 받던 프라하의 그 식당처럼. 안내하는 대로 증서를 받고 사진도 찍었다. 26코스를 걸은 기념으로 기부하겠다고 했던 후원금도 전달했다. 후원금을 내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도 받았다. 뒷맛이 달콤하진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 그런 것이 인생인 것을.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는 더 중요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올레 걷기를 시작할 때 다짐한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내 걸음에 대한 의미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소소한 여행의 마지막이 가까워졌다. 이제 해가 내려앉는 서쪽을 향한다. 제주시에 가서 차를 반납하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간다. '폴 앤 메리'로 갔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렸다. 포기하고 계속 달렸다. 제주시를 향하는 도로가 그렇게 막히는 경험도 처음이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행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두의 저녁이 여유롭기를 소망해본다. 겨우 시간에 맞추어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갔다. 바쁘게 시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왔다.  소소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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