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124

함지산 산불

이웃에 불이 난 줄 몰랐다. 연락이 왔다. 서변 산에 불이 났다고. 인터넷을 찾았더니 연기 가득한 화면 속에 우리 집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두렵다. 산불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유튜브 뉴스 속에는 무서운 엔딩 크레딧을 닮은 어지러운 언어가 날아다녔다. 큰 불이 났다는데. 재해로 아파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없고 대구를 욕하고, 대구 사람을 욕하고, 대구가 대구사람이 불에 타 사라져 지길 바라는 악랄한 언어만이 가득했다. 심지어 중국인 방화 같은 맥락과 상관없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언어로 가장한 날카로운 흉기가 숨통을 끊어버릴 듯 달려든다. 왜 모두 이렇게 여기저기 날카로워졌을까. 이런 언어로 무장한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이라고 믿기 어려운데. 하나같이 ..

한줄 일기 2025.04.28

2024년의 책

조카와 함께 2024년 독서를 정산해보기로 했다. 연말이 되면 각자의 영역에서 한해를 챙겨보는 방법으로 Top 3, Top 5 혹은 올해의 소설, 올해의 책 등이 추천되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읽었는지 찾아보곤 했었는데, 올해는 나도 조카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어릴 때는 곧잘 책을 읽더니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독서와 거리가 멀던 조카가 최근 아주 열심히 책을 읽어 크게 반가운 마음도 있고 앞으로 좀더 읽고 쓸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기도 했다.[조카의 2024 Top 5]#에두아르르베 #자살캬, 내 심장을 관통하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이게 문학이지.#정대건 #GV빌런고태경위로가 되는 책. 꿈이 있는 사람, 꿈을 포기한 사람 모두가 읽어 봤으면 좋겠다. 북적북적에서 올해 읽은 책 중, 제일 첫 번째로 별점..

한줄 일기 2025.01.06

이름 없는 새

오늘은 무슨 새가 날아올지곤줄박이가 와서 가을비에 대해 강의할지꼬리 진 오목눈이가 와서다가올 추위를 예언할지 몰라 그저 창문을 열어놓고기다릴 뿐 흰꼬리딱새가 가볍게 뛰어와새로 태어난 기쁨을 이야기할지개똥지바귀가 공간을 창조하며 날아와목적 없는 사랑을 토론할지 몰라 삶이 오늘 무슨 색 깃의 새를 보내나의 나무에서 무슨 노래를 부르게 할지짧은 기쁨의 노래일지짧은 슬픔의 노래일지 몰라 그저 마음의 문 열고기다릴 뿐 나에게는 새들마다 이름이 있지만새들에게 나는 이름없는 존재누가 무슨 호의로 나를 새가 아닌인간의 범주에 넣었을까 오늘은 이 시가 나를 찾아왔다  류시화(2024).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수오서재. 98~99.

한줄 일기 2024.11.29

문득

수업 준비로 마인드매핑 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연한 핑크빛 사인펜에는 누군가가 묻혀둔 검은 색이 묻어있었다. 혹시나싶어 써보니 핑크빛 위로 검은 잉크가 함께 묻어난다. 검은 색 앞에서 핑크가 무력해진다. 짙은 파랑, 보라, 빨강의 펜 끝에도 검은 펜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핑크처럼 무력하지 않았다. 검은색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독자적인 선명성이 강한 개체들. 외부의 자극이 끼어들 여지가 없거나 끼어든 자극을 비쳐보이지 않는 강력한 전략을 내재하고 있는 것들. 그것을 누군가는 카르텔이라고 했던가. 무력한 연한 것들에게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 강렬한 선명함을 부러워하며 추종해야 하는가? 그러나 마음이 강한 자들이 있다. 내면의 힘이 강건한 것들이 있다. 이런 ..

한줄 일기 2024.05.14

2024년 1월의 독서

1퍼센트부자의법칙 세상끝의카페 작은책방 그날,고양이가내게로왔다 유럽여행드로잉 해가지는곳으로 문과남자의과학공부 #사이토히토리 #존 스트레레키 #엘리너 파전 #김중미 #핀든아트 #최진영 #유시민 #김영탁 맨 앞의 두권은 읽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 하지만 읽기 시작했으니 어쨰튼 읽음 [작은책방] 읽다가 보류, 표지 이쁜 책, 공주와 왕자님 얘기가 다시 궁금해질 때 읽자.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울며 읽은 소설. [해가지는곳으로] 역시 최진영^^ 문장이 최고. [문과남자의과학공부] 점점 느긋해지고 깊어지는 문장. [곰탕1] 충격. 2063년 머지않은 미래. 2권도 빨리 읽고싶어짐. 근데 미래는 왜 다 이렇지? 오래살고 싶지 않아. [유럽여행드로잉] 핀든샘. ^^ 춘천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한줄 일기 2024.02.03

12월의 책

2023년 12월의 책 분주하게 해가 바뀌었다. 밀린 숙제를 정리해본다. 지난 해에는 많이 읽지 못했다. 새로 맡은 일 때문이라면 핑게다. 새해에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버지에게갔었어 #작별인사 #일터의품격 #상실의시간들 #료칸에서바닷소리들으며 #신경숙 #김영하 #도나힉스 #이종민 #최지월 #니시카와미와 #이지수 그리고 네권의 독서노트가 남았다. 1년을 돌이키면 올해도 100권읽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권수로 따지면 작년보다 적다. 그러나 쉬지 않고 지속하여 조금씩 다양하게 읽었다. 창비 스위치를 알고 시집이나 잡지를 읽게 된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기회가 되면 올해도 꾸준히 창비의 스위치를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꾸준히 읽고 조금씩 쓰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살기를 바..

한줄 일기 2024.01.08

11월의 책

#우린너무몰랐다 #내게무해한사람 #내가말하고있잖아 #구의증명 #일주일 #마흔살의위로사전 #웃는연습 #도올 #최은영 #정용준 #최진영 #박성우 이번 달 책은 #창비스위치를 인연으로 얻은 책들이 많다. #창작과비평을 읽으며 최진영의 #구의증명을 얻었고, 구의증명은 #최진영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이어 #일주일도 읽었다. 우리 도서관에 최진영의 책이 너무 없어 희망도서로 주문도 넣었다. 11월에는 시인의 글과 시집도 접했다. 시집을 잘 안보는 사람이라 낯설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시는 짧지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음을 새삼 알았다. 창작과비평 겨울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재소설을 읽고 싶어서... 또다른 글들을 만날 것 같아서. 두근두근 설레고 있다.

한줄 일기 2023.12.01

9월의 책

9월의 책 #크리스마스타일 #여름의루돌프 #로기완을만났다 #파씨의입문 #상실의 기쁨 #김금희 #김성라 #조해진 #황정은 #프랭크브루니 #홍정인 개학 9월은 바빠도 너무 바빴다. 그래도 아침독서 덕분에 약간의 문장을 즐겼다. 추석 연휴가 고맙다. 몰아읽기^^ 후후 10월도 읽고쓰기 좋은 계절. 나를 기다리는 책이 이렇게 많은데. 얼마나 읽을수 있을지?♡♡♡♡ 9월의 책 중 의 문장이 많이 남았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통제력이 별로 없다. 그 사건들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다. 후안 로세는 시력을 바로 잡을수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스스로 빚어낼 수는 있다. 후안은 만족감, 충만감, 자긍심을 위해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주제에 ..

한줄 일기 2023.10.01